젊은 층일수록 타투에 호감도 높고, 부정적 선입견은 낮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이지만 법과 제도는 미비
[뉴스포스트 =조유라 기자] 타투는 피부에 색소를 주입해 일정한 문양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표피 아래 진피층에 색소를 입혀 영구적으로 남도록 하면 ‘타투’고, 표피나 진피층 상부에 색소를 넣어 반년~3년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면 ‘반영구 화장’으로 분류된다. 특히 반영구화장의 수요가 늘어가면서 문신 경험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에 따르면 국내 문신 이용자는 300만 명, 눈썹·입술 등 반영구 문신 이용자는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더스탠다드는 “10년에 1회 꼴로 소비자가 반영구문신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만 명이 시술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이레즈미’라 불리는 일본 야쿠자 문신이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손톱만큼 작은 ‘미니타투’부터 얇은 선으로 꽃과 동물을 섬세하게 그리는 ‘라인 워크’ 등 그 분야가 다양해졌다. 방송과 SNS를 통해 타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인, 가수, 스포츠 스타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흔하다.
타투는 개성과 멋의 표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예은(25)씨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생일에 타투를 받았다. 김 씨는 “주변인들에게 타투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하지 말라’며 후회할거라고 단언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몸에 받은 타투를 보고 걱정하기보다 시술 시의 통증이나 시술가격을 물어보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커피나무와 펜을 엮어 작업 받은 세상에 하나뿐인 타투로 의미 깊고, 볼 때마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지금도 팔로우하는 타투이스트 계정이 많고, 취업 후에 시술을 더 받을 계획도 있다”고 했다.
대학생 김수아(23) 씨 또한 팔목과 팔 안쪽 총 두 곳에 타투 시술을 받았고, 올 여름 또 다른 시술을 받을 계획에 있다. 김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타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몸에 평생 남기 때문에 첫 타투를 레터링으로 좋아하는 말을 새겼다”고 전했다. 그는 “문신자체를 후회하진 않고 오히려 ‘기왕 받는 김에 조금 더 크게 할 걸’ 하는 생각은 가끔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씨는 “과거에 조폭들이 정말 문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폭영화 등 미디어에서 문신을 그렇게 담으니 어른들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문신이 굉장히 마이너라고 생각했는데 시술한 사람도 많고 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제는 타투를 음지문화라기보다 자기표현과 개성 추구 수단으로 인식한다.
타투 문화는 젊은 층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조사한 결과 20대(26.9%), 30대(25.5%)가 타투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 타투 시술 유경험자의 시술 평균 횟수는 2.25회였다. 타투를 경험하지 않은 대상자들 중 특히 10대는 47.2%가 타투 시술 의향이 있다고 답하며 타투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타투를 배우는 20대도 많다. 일러스트레이터 ‘쏜뉴’는 개인 취향을 담은 그림을 몸에 그려보고자 타투를 배우게 됐다. 쏜뉴는 “요즘 포크 타투 수강도 많고 주변에 타투를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머신타투를 배웠고 고무판과 실리콘 판에 기계를 이용해 문양 넣는 것을 연습했다”고 전했다. 이어 “타투도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개인의 취향으로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외국에는 문신이 많은 카페 종업원도 많다. 타투 합법화가 되면 좀 더 안전하게 작업 환경이 관리될 수 있고 작업자도 소비자도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타투를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굿즈 통해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타투업계
타투이스트들 또한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51만 4천여 명,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타투이스트 지화는 작업실조차 남다르다. 클래식이 흐르고 레이스가 가득한 취향을 담아 꾸민 작업실은 마치 앤티크 소품샵을 연상시킨다.
지화는 “4층 아래로 내려가는 지하에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타투를 처음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겁을 먹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다. 타투샵을 차린다면 처음 타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받고 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진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작업공간 뿐만 아니라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화는 다양한 타투 굿즈도 제작하고 있다. 타투의 영속성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근감 있게 접근하기 위해 타투스티커와 타투 스타킹, 무드 등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었다.
지화는 “굿즈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타투를 접하고 타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한 것 같다”고 전했다. 타투 굿즈를 구매한 구매자 최미리(28)씨는 “다른 세대에 비해 어릴 때부터 해외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다보니 타투에 거부감이 없다. 굿즈를 산 이유도 예뻐서 소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굿즈가 유행하는 이유는 타투는 하고 싶지만 한국사회에서 취업이나 다른 시선이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타투시술을 주저하며 굿즈를 소비하는 것 같다. 또 타투에 관심이 있지만 디자인에 질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젊은 세대들이 스티커를 해보고 타투에 진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개인 전시회도 열게 되었다. 특히 개인 전시회에서는 타투가 없거나 적은 인물의 사진 위에 일러스트로 타투작업을 한 후 렌티큘러로 인쇄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관람객의 시선 이동에 따라 인물의 몸에 타투가 나타났다 사라지게 되고 또 다시 새겨지게 된다.
지화는 전시회를 열며 “아직 한국은 타투의 유무가 직업과 지위, 심지어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 여부를 논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타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다. 이러한 편견의 시선을 깨고, 타투를 하나의 예술 장르이자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지화의 작품에는 여성의 사진 위에 타투를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 그는 “타투를 한 여성분들 중에는 ‘나이 들었을 때 후회하지 않겠니’, ‘이래서 애 교육은 잘 시키겠니’하는 걱정을 가장한 비난을 듣는다. 그러한 비난들에 대해 타투가 있는 채로 행복한 우리의 모습을, 나의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우리 몸에 새긴 약속을 가지고 오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있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타투이스트 지화는 “타투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이상으로, 좋은 기억을 담겨드리고 싶다. ‘정원’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눈 기억, 마음 모든 것이 타투에 담겨 기억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화의 정원을 들어온 순간부터 행복한 기억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있다. 의료시술로 분리되어 불법으로 가둬두기에 한국에는 타투이스트도 많고 앞으로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불법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세계가 변하는 만큼 한국 타투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보는 이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여 방송에서 타투를 노출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그러나 만약 언젠가, 타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타투에 대한 여러 사항이 법제화되고, 온전히 하나의 개성 표현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방송에서도 특히 뉴스에서 타투를 한 아나운서를 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타투 대중화라는 현실과 달리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아직 ‘불법’이다. 달라진 타투의 위상과 현실을 법과 제도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2년 대법원에서 타투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사실상 불법화한 이래 관련법이나 규제의 정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급속히 성장한 타투 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타투를 시술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는 손에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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