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남성 뷰티 시장 규모 1조 4000억원 돌파
남성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안지훈(가명·24) 씨는 팩과 스킨케어를 하며 외출할 때에는 피부화장과 쉐딩을 한다. 최근에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피부염으로 생긴 색소침착을 없애고자 화이트태닝을 예약했다. 더불어 다가올 여름철을 대비해 왁싱샵을 알아보고 있다.

전승화(21) 씨 또한 코로나로 마스크를 써야 하므로 화장은 삼가지만 술을 마시거나 약속이 있는 날에는 머리를 가꾸고 향수를 뿌리는 건 물론 파우데이션과 쉐딩, 눈썹 화장도 한다. 화장은 자기만족 뿐만 자신감이 생겨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몸을 다져 자기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을 관리하고 꾸미는 남자도 많다.

(드러그스토어에 맨즈케어 용품이 즐비하다. 사진=조유라 기자)
(드러그스토어에 맨즈케어 용품이 즐비하다. 사진=조유라 기자)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그루밍족(Grooming+族)’이라고 부른다.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는 데서 유래해 마부가 말을 가꾸듯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제는 남자도 꾸미는 시대다. ‘오픈서베이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남성의 뷰티 관심도는 20대 72.0%, 30대 63.6%, 40대 58.4%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은 모습을 보였다.

20대는 30대보다 피부 고민이나 이용하는 제품의 개수는 적게 나타났다. 그러나 20대 남성은 평소 혹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메이크업을 한다는 의견이 25.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20대 남성의 네 명중 한 명은 평소 메이크업을 하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20대 남성이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이유 또한 타 연령대와는 차이점을 보였다. 3040 남성이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남성스럽지 않은 것 같다(30대 34.7%, 40대 39.5%)’,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것 같아서(30대 32.4% 40대 29.7%)’인 반면, 20대는 ‘메이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39.4%)’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20대 남성은 남성뷰티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할 줄 몰라서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20대는 3040에 비해 피부 관리 필요성에 더 공감하고 있고(72.0%), 제품 구매 역시 주로 혼자 가서 직접 하는 비율이 높다(49.4%). 

업계 측에서도 수요를 대비해 남성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자신을 꾸미고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남성 뷰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해 국내 남성 뷰티 시장 규모는 1조 4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4년 1조 14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도에 1조 1900억원, 2016년 1조 2300억원, 2017년 1조 28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성장세는 가파른 모습이다.

남성 화장품 업계는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그루밍족’을 겨냥한 제품군과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타겟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CJ올리브영은 남성 화장품 자체 브랜드 ‘아이디얼포맨’의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며 배우 변요한을 모델로 기용하고 25~34세 타깃 남성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정관장 또한 최근 홍삼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의 남성 전용 스킨케어 라인 ‘현’을 리뉴얼했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남성들의 뷰티에 대한 고민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 씨는 “남성용 화장품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성용만큼 커버력이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여성용 화장품보다 자연스럽게 화장한 티는 안 나면서 잡티를 가려줘야 하니 그 만큼 아쉽다는 지적이다. 안 씨는 다양성을 지적했다. “남성용 화장품은 좀처럼 화하고 짙은 향(아빠스킨냄새)를 벗어나지 못한다. 조금 더 다양하게 나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는 것에도 트렌드가 있다. 과거 잡티 커버와 눈썹 정리 등 기본적이고 단순한 수준에 그쳤다면 그 니즈가 점차 세분화 되고 있다. 피부 트러블, 피부 타입 블랙헤드 등 피부와 케어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으며, 제모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화장을 하는 남성은 여전히 소수이지만 남성들이 자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안 씨가 들고 다니는 가방 속. 쿠션과 색조립밤이 눈에 띈다 사진=조유라 기자)
(안 씨가 들고 다니는 가방 속. 쿠션과 색조립밤이 눈에 띈다 사진=조유라 기자)

전 씨는 “피부랑 눈썹 정도는 다 하는 느낌이다. 눈썹문신도 많이 하는데 그게 부담스러우면 반영구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매년 유행하는 머리스타일도 바뀐다. 2010년대 중반에 ‘가르마펌’이 유행했지만, 후반대에 들어오면서 ‘울프컷’과 ‘병지컷’이 유행하게 됐다. 뒷머리는 길지만 숱이 없는 ‘리프컷’이 그 다음 유행주자가 됐다. 요즈음은 ‘아이비리그컷’을 많이 하는 추세이다. 옷 또한 스키니진과 하이웨이스트를 거쳐 편하면서도 체형을 커버할 수 있는 와이드슬랙스가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안 씨는 “화장하지 않는 남자들도 다리털 숱 제거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전했다. 풍부한 털이 남성성의 상징이던 과거와는 달리, 정돈된 털이 오히려 단정하고 관리하는 느낌을 준다. 더 나아가 레이저제모로 영구적인 제모를 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남성성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코 성형이다. 코 모양만 살짝 바뀌어도 이미지가 바뀌어 취업 준비생이나 영업직 종사자 등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직군의 남성들에게 특히 코 성형이 선호되고 있다.

화장하는 남성을 둘러 싼 차별과 편견

화장하는 남성이 있고 ‘그루밍족’을 겨냥한 제품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편견과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 씨는 “사람 많은 데에서 쿠션을 두드리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어머니는 너무 하얗게 화장하지 말라고 말씀한다”고 전했다.

여성은 화장실에 파우더룸이 별도로 존재하는 반면 남성에게는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다리와 겨드랑이를 제모하는 남성도 늘고 있지만 왁싱샵에 다닌다고 말했다가 “남자는 털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수염을 기르고 싶어 기르는 사람이면 수염을 소중히 여겨서 관리를 한다. 귀찮아서 면도도 안하며 ‘남자는 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는 편하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을까싶다”고 전했다.

이남자들의 뷰티팁

전 씨와 안 씨는 어떻게 꾸며야 할 지 몰라 스스로를 꾸미지 못하는 남성들을 위해 자신만의 관리법을 말해줬다. 머리는 비누가 아닌 샴푸로 감고, 트리트먼트나 린스를 하면 좋다. 또 저녁에 머리를 감고 말리지 않은 채로 잠드는 것은 비듬을 유발한다. 두피만이라도 말린 다음에 수면에 취해야 한다. 옆머리가 뜬다면 오히려 왁스와 고데기로는 한계가 있다. 다운펌, 투블럭을 추천한다. 눈썹화장은 눈썹 중반부분 부터 자국을 남기며 미간 쪽으로 옮기며 화장하는 게 좋다. 눈썹이 두꺼운 편이라면 쉐딩용 화장품을 아이셰도우 용 붓을 이용해 눈썹 앞부분을 채우면 자연스럽다.

아침에 깔끔하게 면도를 해도 오후에는 수염자국이 무성하게 올라오는 남성들이 많다. 그런 남성들을 위한 수염자국을 가리는 팁도 있다. 컨실러나 쿠션을 턱에 두드려서 펴 준 다음, 파우더로 한 번 덮는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한 번 쿠션으로 가려주면 지속력은 물론 커버력도 좋다. 또한 쿠션은 파운데이션을 한 번 찍어 다 사용하지 말고, 쿠션 케이스에 한 번 찍어 덜어낸 다음에 화장하면 자연스럽게 결을 정돈할 수 있다.

전 씨는 “화장한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화장한 게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러나 거울 속 바뀐 나를 보는 게 좋아서 계속 꾸밀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씨는 “처음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화장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쉐딩과 왁싱까지 그 범위가 커지고 있다. 여자만 꾸민다는 생각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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