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밀레니얼의 합성어 ‘할매니얼’
시니어 배우, 패션 광고계까지 점령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노년층 인물과 문화에 푹 빠진 젊은이들이 있다. 구세대를 상징했던 노년층의 문화가 청년층의 새로운 ‘인싸템’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을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인 ‘할매니얼’이라고 부른다. 할매니얼 현상은 일부 청년층의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시장에까지 파급효과를 낸다.
할머니의 감성이 젊은 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한 것을 이른바 ‘할매니얼’이라고 부른다. 젊은 세대에 스며든 옛날 감성이나 상품 및 트렌드를 의미한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방언인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2000년대 초에 출생한 이들을 지칭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퍼지는 할매니얼 열풍은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할매니얼’을 검색하면 1천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중장년층의 입맛이라 여겨졌던 음식들이 인기를 얻거나, 노년층 유명인들이 젊은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현상도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할매들의 문화가 먹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마케팅연구원 발행하는 학술지 ‘마케팅’의 지난달 호에 수록된 ‘할매니얼 트렌드 전략’에 따르면 할매니얼 트렌드 확산 이유를 장기 불황과 코로나19로 봤다. 지친 젊은 세대의 복고를 향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게 복고풍 문화는 ‘신선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준다는 것이다.
윤여정부터 칠곡 할매까지
70대에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윤여정은 할매니얼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이례적으로 2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쇼핑몰의 모델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쥔 대배우이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윤여정의 평소 방송 태도가 도리어 젊은층에게 호감을 샀다는 평을 받는다.
식제품 시장에서도 할매니얼 트렌드는 대세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흑임자’나 ‘쑥’, ‘인절미’ 등 전통적인 식자재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핼러윈 시즌 메뉴로 흑임자 음료 2종을 선보였고, 투썸플레이스는 흑임자에 더해 인절미와 쑥을 활용한 메뉴들도 출시했다.
또한 최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일명 ‘칠곡할매글꼴’이 전 연령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칠곡할매글꼴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할머니 400명 중 개성있는 글씨체 5개를 선정해 제작한 것이다. 글씨체마다 칠곡할매 권안자체, 이원순체, 추유을체, 김영분체, 이종희체로 할머니들의 이름을 붙였다.
칠곡할매글꼴은 다소 투박하면서도 정감있는 느낌으로 사랑받고 있다. 뒤늦게 한글을 익힌 할머니들의 굳은 의지가 담긴 글꼴은 청년층 사이에서는 일종의 멋이다. 칠곡군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신혜경(39) 씨는 배달 주문이 올 때마다 음식 상자에 칠곡할매글꼴로 감사의 글을 붙인다. 신씨는 “다른 글꼴보다 진심을 잘 담을 수 있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