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 발표
노인 78.2%가 자녀와 떨어져서 살아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합의는 이제 옛말이 됐다. 노인들 다수가 자녀와 떨어져서 살기를 희망한다는 게 통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80%에 가까운 노인들은 자녀와 떨어져서 살고 있다. 가족 등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벗어나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가는 등 노년층이 달라지고 있다.

길을 걷는 노부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길을 걷는 노부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7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에 걸쳐 65세 이상 노인 1만 97명을 대상으로 가족 및 사회적 관계, 건강 및 기능, 경제력, 여가 및 사회 활동, 생활환경, 가치관 등에 대해 조사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자녀에게 의지하는 노인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단독 가구는 조사가 처음 이뤄진 지난 2008년 66.8%에서 지난해 78.2%로 12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여기서 노인 단독 가구란 독거노인 가구와 노부부 가구를 의미한다. 반면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은 같은 기간 27.6%에서 20.1%로 감소했다. 미혼 자녀와 동거하는 이들은 10.8%, 나머지 9.3%는 기혼 자녀와 동거하고 있다.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2008년 노년층 32.5%가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했지만, 2017년에는 15.2%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12.8%를 기록했다. 노년층 스스로가 자녀와 같이 사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 단독 가구 증가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년층 거주 형태 변화. (표=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년층 거주 형태 변화. (표=보건복지부 제공)

노인 단독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경제적 안정이나 개인 생활 향유 등 ‘자립적 요인’이 노인 단독 가구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2011년 자립적 요인으로 단독 가구를 형성했다는 응답은 39.2%였다가 2017년 32.7%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2%까지 3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듯 노년층 사이에서 자녀와의 연락은 감소한 반면, 친구·이웃과의 연락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주 1회 이상 자녀와 연락한다는 노인은 77.3%에서 지난해 63.5%로 감소했다. 친한 친구 및 이웃과의 주 1회 이상 연락 비율은 같은 기간 59.1%에서 71%까지 증가했다.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전통적인 가족에서 벗어나 다각화돼가는 것이다.

미혼 자녀와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모 씨는 <뉴스포스트>에 실제로 노년층 사이에서 자녀와 떨어져 살고 싶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A씨는 “예전에는 부모들이 자녀한테 기대 살았지만, 요즘 어른들은 자기 인생 즐기고 살 능력도 된다”며 “늦게라도 황혼을 즐겁게 살고 싶지, 무조건 자녀를 위해 희생하던 시대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사례일지라도 부모 부양과 같은 전통적 이유는 많지 않았다. 미혼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라는 규범적인 이유가 38.8%를 차지했고, 노부모로부터 가사 및 경제적 지원받는 등 자녀의 필요로 같이 사는 비율이 34%를 차지했다. 노인 스스로가 자녀를 필요로 해 함께 사는 비율은 27.1%로 가장 낮았다.

반면 기혼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은 정서적 외로움을 달래거나 부양 등 노인의 필요에 의한 경우가 4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자녀의 필요로 같이 사는 비율도 27.1%나 차지했다. 규범적 이유는 2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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