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는 점점 많아지는데 소일거리 제공에 그치고 마는 지원사업
-5060, 고령사회를 경제적으로 지탱해 갈 중추로 보는 정책 패러다임 필요
영화 제목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지금 노년의 일자리와 매우 밀접한 용어가 됐다. 노년을 청년 일자리를 뺏는 대상으로, ‘생산가능인력’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령’은 인구학 관점에서 관습적으로 구분한 나이 즉 숫자에 불과하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50대는 반백을 쌓아온 경력을 가지고 또다시 이륙해야 하는 시기다. 뉴스포스트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과 노년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살펴본다. 또한, 중장년 일자리 지원사업에 대한 실제 수혜자의 평가와 정책적 제언도 다룬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정부 정책을 나이 기준으로만 분류하면 우리나라 전 연령층은 모두 균등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대상자가 잘 모르는 제도가 생긴다거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급조된 정책이 많아서 모든 이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중장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196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이 최초다. 이후 2010년 이전까지 우리 정부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중심의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2012년의 ‘제2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 계획’에서 ‘장년’에 대한 언급이 시작됐고, 2014년 고용노동부의 ‘장년 고용 종합 대책’에서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지원 사업이 펼쳐지게 됐다.
50대 이상을 위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신중년, 즉 50세에서 69세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인생 3모작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생 3모작은 50세 전후까지의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의 ‘재취업 일자리’,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사회공헌 일자리’의 세 단계 일자리를 말한다.
정부는 이 계획에서 고령사회가 가속화되는 사회 구조에 신중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가는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예산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것이다. 예산은 행정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로 분배되고 사업 집행은 산하 기관을 통해서 한다. 정부 발표 이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기반으로 한 각종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을 통해 일자리 지원 사업을,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창업 지원 사업 등과 같은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서울특별시 또한 ‘서울50플러스재단’을 설립해서 여섯 곳의 캠퍼스와 열 곳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장년 지원 사업을 다양한 모습으로 추진하지만, ‘서울50플러스재단’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이런 사업 “일부가 산발적이고 일시적이어서 정책의 취약성이 보인다”고 보았다. 또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일자리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중장년 고용을 보는 사회의 부정적 편견도 있어서 중장년 고용 정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평가했다.
대체 ‘신중년’은 누구이고 ‘중장년’은 누구인가
중장년 지원 사업 대상자들에게 가장 헷갈리는 게 있다. 바로 수혜 대상자다. 신중년 혹은 중장년, 때로는 장년이라는 ‘명칭’도 여럿이지만 지원 사업 신청 대상이 개별 사업 단계에서 서로 다른 연령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대상자로서 바라볼 때 통일성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장년(壯年)은 “인생에서 한창 활동이 활발한 시기인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사람”를 의미한다. 중년(中年)은 “청년과 노년의 중간인 40세 안팎 나이로 50세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장년이 중년보다 젊은 계층을 의미한다. 두 계층의 나이 차가 크고 개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을 한데 묶은 중장년이라는 조합에 익숙하다. 아마도 정부 정책에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 많아서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정부 정책에서는 주로 50세 이상을 중장년으로 본다. 이들을 장년이나 신중년으로도 부르는데 그 대상 연령이 그때그때 다르다. 심지어 같은 부처에서 만든 중장년 대상 사업이라 하더라도 신청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이 다를 때도 하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중장년은 만 35~69세를 의미하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같은 부처의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지원사업’에서는 만 50세 이상이 대상이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정책 집행자가 아닌 정책 대상자의 관점에서는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반면 서울시는 ‘50플러스재단’을 세우며 지원 사업 수혜 대상을 ‘50플러스’ 즉 50세 이상으로 정확히 정의했다. 중앙 정부의 정책에서 ‘중장년’ 혹은 ‘신중년’이라고 모호하게 구분한 기준을 숫자로 콕 짚어서 그 타겟을 분명히 설정했다.
물론 정책과 지원 사업에서 신청 연령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들을 나이 구간으로 구분해서 일반화시키기보다는 ‘그들은 과연 어떤 세대인가’로 정의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필요
관련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정부 부처든 지방자치단체든 중장년을 인생에서 착륙하는 시기로 보는 것 같다. 일자리 정책은 결국 소일거리 제공에 그치고 다른 정책도 여가생활과 사회봉사에 치중하는 부분이 많다. 중장년과 노년을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로 바라보던 예전 관점에 그치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50세에서 64세 인구를 약 1,240만 명으로 추계하는데 이는 한국 인구의 24%에 육박한다. 거의 1/4인 것이다. 이들을 사회에서 어떤 자원으로 활용하느냐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앞날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의 50대와 60대는 인생 후반전에도 날아올라야 한다. 이들은 적어도 70대까지는 활발한 사회생활과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지녔다. 기존 정책을 개편하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달라지는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갈 중장년 혹은 신중년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이 필요할 때다.
지금의 정책 기조는 어쩌면 오래전 관습을 바탕으로 이름만 바뀌어 온 옛것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패러다임, 고령사회에서 경제적 주체가 되어야 할 5060을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