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2016년 도입 이후 서울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대중교통인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발간한 ‘데이터에 담긴 서울교통 2020’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총 이용건수는 34억 건으로 전년 대비 12억원 감소한 반면, 따릉이 총 대여건수는 2370만 건으로 전년에 비해 467만 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따릉이 방역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따릉이 방역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주로 5060 중‧장년층로 구성된 ‘따릉이 방역단’은 공공자전거 대여소 및 자전거 살균 소독과 시민용 손세정제 관리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취업취약계층 공공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따릉이 방역단’은 지자체 일자리 사업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9일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를 방문해 '따릉이 방역단'이 하는 일을 살펴봤다.

'따릉이 방역단' 이준숙 씨(59)가 따릉이 대여소 방역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따릉이 방역단' 이준숙 씨(59)가 따릉이 대여소 방역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지난 2월부터 이수센터 따릉이 방역단으로 일을 하고 있는 이준숙 씨(59)는 “코로나19 이후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일자리를 찾아보다가 ‘따릉이 방역관’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 씨는 “저도 서울 사니까 따릉이에 대해서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줄은 몰랐어요. 젊은 사람도 그렇지만, 어르신들도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씨의 업무는 7호선 이수역과 상도역 인근 공공자전거 대여소 13곳. 형광 노란색 안전 조끼를 입은채 오전 9시부터 3시 반까지 도보로 지정된 관리 장소로 간다.

이 씨는 “이동할 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 이동수단 이용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걸어서 다니죠. 사고 방지를 위해서 그런다고 해요. 그래서 업무 지역 배정을 할 때도 오르막이나 이동 동선이 긴 경우를 배려해서 관리 장소 개수를 정해주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이수역 4번 출구 옆 따릉이 대여소에 도착한 이 씨는 가방을 내려놓고 제대로 반납되지 않은 자전거를 정리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근처에 아파트가 많은데 거기서 타고 지하철 역까지 오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일 처음 시작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가 놓여져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따릉이 방역단’은 공공자전거 대여소 및 자전거 살균 소독과 시민용 손세정제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따릉이 방역단’은 공공자전거 대여소 및 자전거 살균 소독과 시민용 손세정제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자전거 정리를 끝낸 이 씨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천과 소독제를 꺼내 핸들과 안장을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을 교체해 바퀴 앞‧뒤 카바, 체인 카바를 소독했다. 중간중간 깨지거나 고장난 부분을 발견하면 기억해 놨다가 사무실에 보고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현재 이준숙 씨가 속한 팀의 총 인원은 10명. 연령대는 50~70대다. 업무가 힘들진 않냐는 기자의 대답에 그는 “2월에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안 걷다가 걸으려니 좀 힘들었죠. 근데 일주일, 이주일, 한 달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사실 전 실내에 있는 것보다 야외에 나가서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딱 맞는 일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방역 활동을 하면서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떤 어르신은 격려도 해주시고요. 반면에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이거 이용도 안하는데 왜 닦냐고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랬죠”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따릉이 방역단’ 업무 기간은 6월 30일 까지다. 7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에는 다시 인력을 모집한다. 이 씨는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너무 없는데 이런 일자리라도 참여하게 되니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기간이 짧아 아쉬운 마음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일하다보면 어르신들이 따릉이에 관심을 많이 보이세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옆에 이용방법 써져 있어도 글씨도 작고 어르신들에겐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어플도 깔아야 되고, 비밀번호도 정해야 되고 하니까요. 사실 처음 가입만 해놓으면 이용은 쉬운데 말이죠. 그런 것들이 많이 홍보가 되면 좋겠어요. 서울시 사업인데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이용하면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수역 인근에 위차한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이수역 인근에 위차한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한편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2020년 12월 기준 3만7500대의 자전거와 2228개의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북과 강남으로 나눠 따릉이를 관리한다.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에 따르면 평균 하루 10만 건의 대여가 이뤄지고 있다.

나병철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 소장은 “대여소 개수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방역 업무를 담당했던 자전거 배송 직원들로서는 한계가 있어서 ‘따릉이 방역단’을 모집했다. 현재 강남, 강북 지역에 각각 50명의 따릉이 방역단이 소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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