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공패키지,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국내 현실에 맞춰 진화해야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시행한 지 10년이 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전 세계의 금융 위기 상황에서 저소득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시행 초기 중위소득 60% 이하의 가구원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그 대상을 2011년에 만 34세 이하 청년으로, 2012년에는 만 35세~64세 중장년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만 65세~69세의 신중년으로도 확대했다. 

지난 2019년 5월에 취업성공패키지 시행 1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인원은 약 200만 명이고, 그중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약 115만 명이다. 수치로만 보면 많은 숫자다. 

이에 기자는 통계로는 읽을 수 없는 지점을 탐색하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를 담당하는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보았고,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사람과 고용센터 관계자도 만나 보았다. 

경기도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취업성공패키지 상담 창구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기도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취업성공패키지 상담 창구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취업성공패키지, 급한 사람에게 체계적 도움을 되는

기자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방문해서 받은 첫 느낌은 붐빈다는 점이었다. 인근 식당가의 썰렁한 모습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여러 번 방문했는데도 고용센터의 상담창구와 대기석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직접 방문해 보는 게 좋아요. 인터넷으로 아무리 취업성공패키지 콘텐츠를 뒤져 봐도 내가 자격이 되는지, 어떤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급한 마음에 창구를 찾아가 대면 상담을 받으니 바로 알 수 있었고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서 취업까지 성공한 A씨(55세, 남)의 조언이다. 고용센터 관계자 또한 한시적으로 자격에 변동이 생기거나 새로 적용되는 지원금이 있을 수도 있기에 현장 확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A씨도 그러한 지원금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이처럼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한 지원금이 여럿 생겼는데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주로 그 업무를 맡았다. 그래서 업무가 늘어난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경우에는 40명 넘게 충원했다고. 

그러한 한시적 업무 외에 고용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실업급여 창구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창구가 가장 바빠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재취업을 계획하는 신중년들에게 

“물론 도움이 되었죠. 아마도 취업이나 재취업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장에 재취업 하거나 새롭게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하고요.”

A씨에게 취업성공패키지가 재취업에 실제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었다. A씨는 1단계 상담이나 적성 검사는 어쩌면 직업 경험이 없거나 취업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 될 것 같았고, 2단계 직업능력향상 훈련은 실용적 업무 능력을 길러서 취업하거나 기술을 익혀서 실제로 창업할 사람에게 도움 될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자기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재취업하려고 했는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걸리는 2단계 훈련 기간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3단계에 걸친 체계적 지원이 취업이나 창업에 큰 도움이 되는 계층이 많다고 고용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지원되는 각종 수당과 지원금도 그들에게는 좋은 혜택이라고. 

“일자리를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찾아보길 권합니다. 워크넷은 누구나 가입해서 이용할 수 있고, 또 ‘인크루트’나 ‘사람인’ 같은 일자리 매칭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번 검색해 보세요. 찾아보면 우리 또래를 찾는 회사들이 많으니까요.”

만약 직업훈련에는 관심 없고 취업성공패키지에 쏟는 시간도 아깝다면 직접 재취업을 알아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A씨는 조언했다. 다만 수당이나 지원금은 포기해야 하고 발품도 팔아야 한다고.

실제 워크넷에 들어가 보니 2021년 2월 8일 현재 약 10만 건이 넘는 구인 안내가 올라와 있었다. 이 수치는 워크넷과 연동된 인크루트와 사람인 같은 일자리 매칭 사이트의 구인 공고들까지도 포함한 것이다. 기자가 살펴보니 많지는 않아도 오랜 경력자를 뽑는 중소기업 공고들도 보였다. 눈높이를 조정한다면 어쩌면 재취업 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입사 지원자의 첫인상을 결정하니까요.”

기자가 실제로 워크넷과 인크루트 등에 가입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니 세부 항목도 많고 무척 번거로웠다. 하지만 기업의 구인 관계자는 이 항목들을 가장 먼저 보니까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A씨는 조언했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입사 지원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사이트에 등록한 기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그냥 제출하는 것보다는 그 회사에 맞춰 손 보는 수고도 필요하다고.

경기도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용안정지원금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기도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용안정지원금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취업성공패키지는 물론 고용정책의 진화가 필요해

지난 며칠 취업성공패키지를 취재하며 아쉬운 점들이 몇 개 있었다. 먼저 공식 통계의 부족함을 느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5월에 취업성공패키지 10년을 기념하며 각종 통계를 발표했는데, 2018년까지 집계해서 10년 만에 나온 이 통계가 취업성공패키지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첫 공식 통계였다. 

프로그램의 성과를 창구 분위기로만은 알 수 없다. 공식 통계까지 고려해 시사점을 얻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지난해처럼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예측도 못 할 상황까지 가라앉은 상황에서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통계의 역할이다.

특히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이 시대를 사는 신중년 이용자 통계는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취업성공패키지 나이 제한을 69세로 둔 점이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건강한 70대가 우리나라에는 많다. 물론 정부는 그들 노령층을 위한 일자리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다만 고용 차원이 아니라 ‘복지’ 차원이다. 여가를 활용해서 용돈 정도를 벌게 하는. 물론 그러한 복지 프로그램도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노령층들을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대상으로 보는 정책 기조는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신중년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그대로 지닌 채 노령층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성공패키지뿐 아니라 고용정책 모든 부분이 변해가는 인구구조에, ‘액티브 시니어’ 인구 증가에 맞춰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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