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을 위한 정책, 존재에서 의미를 찾는 건 이제 그만
더욱 많은 이에게 필요한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진화해가야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고용노동부의 ‘장년을 위한 지원사업 종합 안내(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50세 즈음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약 20여 년을 재취업 일자리나 사회공헌 일거리에 종사하다, 70대에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한다.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 신중년 인구 중 41.7%가 임금 근로 종사자이고 20.3%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림어업 종사자가 그다음을 차지한다. 이 통계는 신중년의 경제활동을 임금 근로자부터 비임금 근로자까지 다양하게 구분하지만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안정된 임금 근로자가 되어서 오래도록 경제활동을 하고 싶은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다른 통계가 신중년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더라도 일자리를 원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0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7.4%가 장래에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걸림돌이 많다.

신중년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더라도 일자리를 원한다. (출처:unsplash)
신중년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더라도 일자리를 원한다. (출처:unsplash)

고령 인구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 현실과 정책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는 미취업자의 재취업 애로 요인도 분석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은 근로 조건과 직무의 불일치, 고령자 고용을 꺼리는 사회적 편견, 건강상태 등을 취업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러한 사회적 관행과 인식이 고령자의 재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지만 때로는 정부 정책과 제도마저도 고령자를 배제할 때가 있다. 

실업급여가 한 예이다. 한때는 65세가 넘는 고용자는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었다. 하지만 2019년에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65세 이전부터 고용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나 65세 이후에 새 일자리를 얻는다면 여전히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긍정적인 소식은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를 현 65세 이하에서 69세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국민고용보험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의 허들을 넘더라도 국회의 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정책이다. 실직으로 내일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한다. 지금처럼 인구구조와 사회구조가 변화해 간다면 그 수혜 대상 범위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도 좋지 않을까. 

정부 발표와는 온도 차이가 나는 고용지원서비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취업성공패키지’ 서비스는 중위소득이 100%가 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2021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1,827,831원이고, 4인 가구 기준은  4,876,290원이다. 

현재 일자리가 불안해서 재취업을 알아보는 중장년들에게 이 기준을 넘는 소득이 있다면 ‘취업성공패키지’는 신청도 할 수 없는 서비스인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지적되자 정부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2017)’에서 기준 소득이 넘어도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를 통해 “취업성공패키지형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자가 ‘취업성공패키지’를 운영하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알아본 결과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는 지원사업은 없었다. 이에 이 정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에 문의하니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이 사업을 담당한다고 답했다. 

정부 발표 문구로만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생긴 결과였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 비슷한 사업이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급한 사람들이 직접 발품을 이리저리 팔아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연장지원금’이나 ‘고용촉진장려금’ 등을 기업에 지원하여 퇴직을 앞둔 중장년의 계속 취업을 꾀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2021 고용촉진장려금 안내’에 따르면 지급 조건은 까다롭고 지급되지 않는 예외 사항도 많아서 혜택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원금을 받는 이득보다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큰 기업으로서도 이런 복잡한 규정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중년을 고용하는 필요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통계에 잡힌 일자리는 많지만 신중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하다. ( 출처:unsplash)
통계에 잡힌 일자리는 많지만 신중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하다. ( 출처:unsplash)

지인에게 알아보는 게 편한 일자리 정보

취업 관련 지원사업도 신중년들이나 고령층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부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외에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나 ‘고령자인재은행’ 등 신중년과 고령층 전담 취업기관을 지정해서 운영 중이다. 그렇지만 고령층 전문 상담 인력 및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하고 단순 알선 위주 서비스 제공에 그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사실 신중년들이나 고령층의 주된 구직 경로는 주변으로부터 소개를 받는다거나 부탁을 하는 것이다.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에 의하면 구직활동이나 취업 활동을 한 중장년 중 35.8%가 주변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았고 33.4%가 공공 취업알선기관에 알아보았다. 중장년들에게는 정부에서 제공한 정책이나 제도를 이용하기보다 어쩌면 알음알음으로 찾는 것이 조금은 더 편할 수 있다.

신중년과 고령층의 고용서비스에 대한 낮은 이용률은 신중년 일자리 미스 매치는 물론 재취업 일자리의 낮은 질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신중년들의 기대가 다른 지점도 존재한다. 워크넷 등 취업 매칭 사이트 자료를 보면 분명 공급이 있음에도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신중년의 경제활동 실태와 향후 과제(2020)’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신중년 중 60.7%가 비임금 근로자이다. 이 중에 고용원이 없는 단독자영업자가 46.0%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신중년 일자리 특성을 단순 서비스판매 및 노무직과 단독자영업 및 임시 일용직이 경제활동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들이 참여 가능한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중년을 위한 정책과 제도는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모든 사람이 손뼉 치며 만족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혜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그동안 정책과 제도를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수혜자에게 꼭 필요한 정책과 제도로 정비하고 진화시키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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