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원, 창업지원, 귀농·귀어·귀촌 지원까지 촘촘
단, 모든 정책을 한데 모은 것에만 의미를 두면 안 돼

영화 제목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지금 노년의 일자리와 매우 밀접한 용어가 됐다. 노년을 청년 일자리를 뺏는 대상으로, ‘생산가능인력’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령’은 인구학 관점에서 관습적으로 구분한 나이 즉 숫자에 불과하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50대는 반백을 쌓아온 경력을 가지고 또다시 이륙해야 하는 시기다. 뉴스포스트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과 노년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살펴본다. 또한, 중장년 일자리 지원사업에 대한 실제 수혜자의 평가와 정책적 제언도 다룬다. -편집자주-

고령사회에서 5060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픽사베이)
고령사회에서 5060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픽사베이)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중장년 혹은 신중년을 위한 정책은 이번 정부가 2017년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을 기초로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자기 분야에 따른 중장년 정책을 만들었었다. 

가령 고용부는 <장년 고용서비스 강화 방안>, 중기청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방안>, 농림부는 <귀농‧귀촌 지원 종합계획>, 복지부는 <노후준비지원 기본계획>, 행자부는 <자원봉사진흥 시행계획>처럼 자기 부처 성격에 따른 지원 사업을 만들어 제각기 추진하는 식이었다.

과거에는 정부 지원 사업이 여러 부처로 갈라져 있어 수혜자 관점에서 통일된 정책은 체감하기 어려웠었다. 그리고 중장년의 욕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부족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단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정책대상자 범위를 정하고 호칭부터 수정했다. “전체 인구의 1/4, 생산가능인구의 1/3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지원 사업 대상으로 삼고 이들을 “신중년”으로 정의(定義)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는 55세 이상인 사람을 고령자,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으로 불러왔었지만 그런 명칭은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한 데 따른 호칭 수정이었다. 

그 다음으로 정부는 관련 부처 지원 사업의 장점들만을 모았다. 그 결과가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으로 나왔다. 이 계획의 가장 큰 목적은 신중년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재취업 일자리로, 재취업 일자리에서 사회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 기반구축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 정부는 10대 과제를 설정했는데 크게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고용서비스 강화, 창업 활성화, 귀농·귀어·귀촌 지원 내실화, 사회공헌 일자리 확충. 이 네 분야가 현재 우리나라 중장년 관련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신중년 인생3목작 기반 구축계획' 10대 과제. (대한민국 정부 관계부처 합동)
'신중년 인생3목작 기반 구축계획' 10대 과제. (대한민국 정부 관계부처 합동)

재취업과 고용지원서비스 확대


과거에 중장년이나 고령자는 정부의 고용지원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청년층에 맞춘 정책에다 청년 아닌 중장년과 고령층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었다. 중장년 이후 세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을 통해 신중년 맞춤형 서비스를 확충하고, 신중년 친화적 고용환경 조성을 조성하고, 재취업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를 신설했다. 명칭도 그렇고 진행방식도 그렇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유사해 보인다. 

취업성공패키지는 ‘I’형과 ‘II’형이 있는데 신중년에게는 자격 제한이 있다. 중위소득 60% 미만의 신중년은 ‘I’형, 중위소득 100% 미만의 신중년은 ‘II’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소득 기준을 초과한 신중년들은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할 수 없었다.

그런 한계를 보완하여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은 소득 기준을 초과한 신중년들에게도 취업성공패키지의 주요 서비스인 ‘생애경력설계’와 ‘직업 훈련’, 그리고 취업이나 창업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을 앞둔 신중년들에게 이직과 전직 교육을 제도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은 전직 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될 수 있게 관련 법령도 손보았다. 또한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창출장려금’ 제도를 통해 여기에 속하는 신중년을 고용한 사업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신중년에 대한 고용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주의점 하나. 위에서 설명한 주요 서비스들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지만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는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관련 홈페이지로는 본인이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니 가까운 센터를 방문해서 정확한 상담을 받는 게 좋다. 하지만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비교해 센터 숫자가 현저히 적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 성남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상담 창구. (뉴스포스트 DB)
경기도 성남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상담 창구. (뉴스포스트 DB)

 비생계형 창업과 기술창업 활성화


여기에는 신중년들의 생계형 창업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이 담겼다. 그동안은 일자리에서 밀려나 재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경우 치밀한 준비 없이 창업하게 되어 자리 잡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우려에서 과밀업종이 아닌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재창업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교육, 컨설팅, 정책자금 등을 연계해서 제공한다.

예비 소상공인들의 성공적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 이론교육, 실전 점포체험, 멘토링을 결합한 교육을 제공한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전통적인 업종을 영위하던 기존 소상공인들이 신사업으로 재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세대융합형 기술창업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신중년의 노하우와 청년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세대융합형 창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경험을 가진 신중년들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매칭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시니어 기술창업센터’를 세대융합형으로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는 2021년 2월 현재 이 사업이 계획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좀 더 취재해 볼 필요를 느꼈다. 관련 검색어나 키워드를 이용해 인터넷을 살펴봐도 그리 활발해 보이지 않아서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1년 창업지원 예산에 위에서 언급한 사업들도 포함됐기 때문에 진행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러한 창업지원 정책의 세부 서비스들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창업진흥원’ 혹은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의 지역 사무소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여성취업상담버스'일자리 부르릉'에서 취업 상담을 받고 있는 신중년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서울시의 여성취업상담버스'일자리 부르릉'에서 취업 상담을 받고 있는 신중년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귀농·귀어·귀촌부터 사회공헌 일자리까지, 신중년을 위한 정책은 촘촘하지만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에서는 ‘귀농·귀어·귀촌’ 지원 사업도 비중 있게 다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귀농·귀어·귀촌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사업으로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고 정착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귀농·귀어·귀촌인과 지역주민이 상생에 역점을 두고 신중년 귀농·귀어·귀촌인의 특성에 맞는 지원 사업을 확대해 이들의 정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에는 신중년들에게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공익형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중장년 혹은 신중년을 위한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를 촘촘히 다룬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과거 각 부처가 자기 전문 분야를 따로 시행하던 정책들을 중앙에서 한데 묶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비슷한 정책은 합쳐 장점을 극대화했으니, 이 지원 사업들을 목표대로 진행하고 성과도 기대한 만큼 나온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계획>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아직 없는 건 아쉽다. 물론 도입 3년 차인 지난해는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 급한 불부터 끄는 단기적 지원 사업 위주로 시행했다. 그래도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단점은 보완되고 장점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인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5060과 그 이후 세대가 육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신중년을 위한  건강한 정책과 지원 사업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더욱 건강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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