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20대 청년 3명에 물어보니
“월급으로 집 못 사요. 코인은 사다리”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청년들은 왜 코인에 열광할까.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속에 뛰어든 20대 청년 세 명을 만났다. 이들은 입을 모아 가상화폐 투자가 자신의 사회적 계층을 올려주는 유일한 ‘사다리’라고 했다.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코인에 뛰어드는 이유는 현실 세계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지난 5일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청년 3명의 포트폴리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난 5일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이정현(26·남)씨와 정우진(26·남)씨, 김현수(23·남)씨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 현상과 금융 당국의 규제 방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 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가상화폐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코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멍청한 사람’이 됐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그는 “웬만한 친구들은 다 한다. 이제는 ‘코인으로 돈을 버는데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일 정도”라고 했다.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코인 투자를 해온 정 씨도 “식당에 가면 테이블 절반 이상은 코인 얘기로 들썩인다”며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도 코인 시장에 유입됐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투자를 시작했다는 김 씨는 “주변 지인은 전부 한다”고 했다.

처음에 코인 투자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 씨는 “집을 사고 싶었다”고 답했다.

“전 직장 다녀요. 그런데 월급 모아서 차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집 사는 건 아예 불가능에 가까워요. 정부에선 집 사라고 대출 많이 해준다던데, 집값이 수억, 수십억이면 평생 갚으면서 살아야 해요.”

정 씨는 이미 2016년도부터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았지만 ‘시드’가 없어 실제 투자하지는 못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수익을 인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돈 벌고 싶다’고 생각했다. 노력해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에 상대적 박탈감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씨도 “주변에서 실제로 엄청나게 수익을 내는 걸 봤다”며 “24시간 들어갈 수 있는 장이고, 변동성이 큰 부분이 매리트로 작용한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위험성도 높지만, 그만큼 적은 시드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 씨는 180만원, 정 씨는 400만원, 김 씨는 300만원 가량 마이너스인 상태다. 이 씨는 “처음 코인 투자를 시작했을 때 순식간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며 “처음엔 수익이 났지만, 더 벌고 싶은 마음에 투자금을 늘렸다가 ‘물렸다’. 이제는 본전이라도 찾자 싶어 투자를 계속 하는 중”이라고 했다. 정 씨는 “레버리지 거래에 손을 댔다가 한순간에 돈을 날렸다”고 했다.

(사진=정우진(가명)씨 제공)
(사진=정우진(가명)씨 제공)

그럼에도 이들이 코인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우상향’을 믿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금 당장은 손해를 봤지만 장기적 투자를 바라보고 있다”며 “코인은 시간이 지나면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코인 시장은 전 세계급이다. 2017~2018년도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진입했다면, 이제는 기관도 투자에 진입한다. 그만큼 투자된 돈이 많으니 하방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현재 코인은 화폐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언젠가 수많은 알트코인들 중 화폐의 기능을 하는 코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금융 당국의 규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렸다. 금융 당국은 2022년도부터 가상화폐 수익금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최근 금융 당국에서는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의 강제 폐쇄 발언까지 나왔다. 이 씨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고, 김 씨는 “양지로 편입되면 오히려 잘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행 세율에 대해서는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씨는 “청년들이 월급으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나. 기본적인 생활 기반이 있어야 사는데 집 하나 살 돈 없으니 코인으로 자연스럽게 몰리는 것”이라며 “가상화폐도 엄연히 투자인데 왜 주식보다 높은 세금을 걷어야 하느냐. 투자자들은 이득도 크지만 그만큼 큰 리스크를 감당하는데 과한 세율이다”라고 했다.

반면 김 씨는 “세금이 과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부실한 거래소 폐쇄 등 제도권 안으로 가상화폐를 편입 시키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 하다”고 했다. 김 씨는 “가상화폐가 제도권 안으로 안착되면 그만큼 투자자도 많아지고 활발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다만 세금 요율은 수익금 구간을 나눠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 씨는 “모든 소득에 당연히 세금이 부과되어야 하고, 주식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세율이 차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공제 금액 250만 원보다 금액을 더 높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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