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2017~2018년도의 ‘코인 광풍’이 더 세져서 돌아왔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4일 최고 8100만원대 까지 올랐다가 23일 5500까지 폭락했다. 불과 열흘도 안되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가상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은 올해 초 8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575원까지 치솟아 6000% 이상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번째 불어닥친 코인 광풍은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인 ‘알트코인’이 견인하고 있다. 전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 정보를 모아둔 ‘코인마켓캡’ 사이트에 따르면, 가상화폐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17일 알트코인들의 시가총액은 1223조 7480억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가상화폐 시총액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액수다.
가상화폐 도입 초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8~9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던 2017년도를 기점으로 알트코인의 기세가 들끓기 시작했다. 2018년도 비트코인 폭락 당시 비트코인 시총은 전체의 30%대까지 떨어졌고, 전체 시총의 10% 이하를 유지하던 ‘잡코인(알트코인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가상화폐)’은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 개발되던 시기였다. 가상화폐는 거의 매일 그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5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코인은 8개지만, 27일 현재는 154개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개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총 9457개(27일 5시 코인마켓캡 기준)다.
주식에 비해 생소한 투자처인 가상화폐 특성상, 비트코인 시총액은 늘 전체 시총에서 높은 비율을 유지해왔다. 2019년도 이후부터는 전체 시총액의 60~70%가 비트코인 시총액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잡코인’ 시가총액 비중이 심상치 않다. 수많은 잡코인들의 시총 비중은 27일 오전 9시 기준 18.84%를 차지했다.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리플(XRP) 등 유명한 가상화폐를 제외한 수치다. 과거 비트코인 시총이 전체의 30%가량일 때는 비트코인 가격이 1개 당 900여 만원대로 폭락했던 시기였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무서운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알트코인에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지코인의 역설…머스크 “도지” 한마디로 펌핑
문제는 수만은 알트코인들의 상승세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수천 퍼센트 대의 상승을 보여준 도지코인 상승이 그 예다. 도지코인은 개발부터가 ‘장난’이었다. 도지코인 로고는 동전에 시바견을 그려넣은 모습인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한 ‘시바견 사진’을 가져온 것이었다. 블록체인 기술도 특별할 것이 없고, 공급 정책 자체가 무한대이기 때문에 희소성도 없다. 말 그대로 ‘오를 이유가 없는’ 가상화폐였다.
도지코인은 올해 초 1개 당 8원에 거래가 됐지만, 상승세를 타기 작하더니 최고 575원까지 상승했다. 도지코인 100만 원 어치를 샀다면 4개월 만에 7천여 만원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폭등에 아예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도지코인에 대한 언급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뒀다. 지난해 12월 머스크는 트위터에 “한 마디: 도지”라는 트윗을 올렸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 채굴기를 샀다는 트윗도 올렸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24시간 거래량 17조원이 넘어서면서 하루 거래대금으로 코스피를 추월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도지코인의 사례는 가상화폐 투자가 정상적인 가치평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폐빔’ 현상도 가상화폐에 정상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상폐빔 현상은 코인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가 상장폐지되기 직전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다. 통상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안 될 경우 해당 가상화폐 가치는 ‘0원’이 되지만, 그럼에도 해당 가상화폐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상장 폐지된 ‘시린토큰’은 상장폐지 일주일을 앞두고 가격이 160% 급등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가상화폐가 ‘가상 자산’일 뿐, 실질적으로 화폐의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총리 직무대행)은 27일 기획재정부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선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의 용어가 있는데 정부는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 G20 국가도 여러 용어 검토했는데 처음엔 크립토커런시 암호화폐 용어 쓰다가 버츄얼 어셋(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며 “제가 왜 용어를 말씀드리냐면 암호화페라니까 화페를 대체하는 걸로 인식이 너무 가서 오해할까봐 그러는 것인데 무형의 자산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블록체인이 커런시와 연결시켜 나온 자산이 가상자산 암호화폐라고 생각이 드는데, 저는 커런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폭이 너무 폭이 크고 심해서 리스크가 큰 자산이다. 그 자산에 대해서는 결국 투자자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가격 등락폭이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굉장히 크고 또 어떤 때는 극단적으로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반드시 인지하고 임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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