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윤석빈 블록체인학회 사무국장 인터뷰

[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다시 불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 논의 초기부터 코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금융위원장의 사퇴 청원이 올라오고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들의 불만은 명료하다. 지난 2017년 가상화폐 1차 광풍에도 정부가 투자자 보호책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세금’ 의무를 지어야 하냐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국회 발의안과 지난달 28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국회 발의안과 지난달 28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청년들의 불만에도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은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다단계 사기나 스캠코인 등 각종 가상화폐 투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방침들이 담겼다.

국회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화폐법이 논의되고 있다. 발의안들은 주로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를 골자로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블록체인 전문가의 의견을 물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하지는 않아야”

지난 1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개 대형 업체에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방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대형 거래소 측에서는 금융 당국의 규제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에서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거래소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죠. 일단 오는 9월 시행되는 거래소 등록제는 대형 업체에선 무리 없이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금융 당국에서 추후 시행하겠다고 하는 콜드월렛 70% 이상 비율 등도 큰 거래소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조치예요”

오는 9월 거래소 등록제 통과가 불투명한 중대형 거래소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ISMS 보안 인증을 받은 한 중대형 거래소는 본지에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상자산 산업의 안전한 제도화를 위해 시스템 및 인력을 강화하여 준비할 예정”이라며 “실명 계좌 발급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에서 발표한 지침에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래소 규제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법안에 어떤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정하면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일부 가상자산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국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금융위원회 아래 가상자산심사위원회를 두고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발행할 경우 승인 심사를 맡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형 A거래소 관계자는 “일본처럼 ‘화이트리스트’를 지정해 코인 거래를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강력한 규제로 일본의 가상화폐 산업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며 “업계 위축에 대한 부분도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형 B거래소 역시 “당국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업계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저희와 같은 거래소 및 블록체인 컴퍼니들과 원활히 커뮤니테이션하며 혁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정립해가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 “투자자 보호는 필요, 산업 진흥법도 있어야”

블록체인 전문가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4일 윤석빈 한국블록체인학회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보호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피해가 5조원 가량 된다. 시장에서는 10조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기존 금융 시장에서는 증권거래법이라던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지 않느냐. 가상화폐 쪽은 체계가 없는 초기시장”이라고 말했다.

4일 윤석빈 한국블록체인학회 사무국장을 만나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4일 윤석빈 한국블록체인학회 사무국장을 만나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윤 사무국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인 ‘크립토 월드’와 현실 자산인 ‘피지컬 월드’를 연결해준다. 그런 만큼 현재의 자본시장법처럼 규제를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여 개가 넘는데, 거래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팩트다. 메이저 거래소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블록체인 시장의 창의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게 윤 사무국장의 우려다. 그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승인해주자는 논의도 나온다. 그러면 장단점은 있겠지만, 과연 정부가 통찰력 있게 가상화폐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수많은 개발업체가 있는데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 개인적인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거래소 규제 역시 현재의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ISMS 보안 인증 △실명 계좌 인증으로는 은행에 거래소 부실 검증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국장은 “거래소가 건전하고 얼마나 미래 방향성이 제시되느냐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걸 은행이 체크하라고 한 것”이라며 “은행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이대로 가면 대형 거래소 4개에 플러스 알파 정도로만 (거래소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국장은 “중간 지대에 있는 혁신적인 거래소가 있을 수 있다. 단지 은행 계좌 유무로만 거래소 등록을 열어주지 말고 거래소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는 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가상자산 투자 협회도 생긴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가치 등 평가는 일반인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윤 사무국장은 투자자 보호 법안에 더해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체계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화폐 규제도 중요하지만, 규제 이면의 철학이나 (가상자산 산업) 미래에 대한 시각이 빠져있다고 본다”며 “현재는 투자자 보호에만 집중돼있고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대한 부분은 전무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유명한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 디지털 자산을 큰 산업으로 바라보는 나라로 유출됐다”고 덧붙였다.

*윤석빈 한국블록체인학회 사무국장

-서강대학교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

-오픈 블록체인 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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