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카카오톡 친구에게 선물하기로 안부 전해
‘상대에게 선물하기’뿐만 아니라 ‘나에게 선물하기’도
쓸모없지만 장난스런 선물도 인기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우리에게 메신저로 익숙한 카카오톡은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뉴스를 구독하거나, 예능프로를 볼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도 있다. 생일을 맞이한 친구가 프로필 상단에 뜨면, 친구에게 “생일 축하해! 코로나 조심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라는 짧은 메시지 카드도 작성해서 보낼 수 있다.
카카오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커머스(상거래)의 매출도 증가했다. 지난 17일 카카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천735억 원, 영업이익 1천23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매출액은 2962억원, 당기순이익이 575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출과 순익 모두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 쇼핑’,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 쇼핑 라이브’ 등을 운영한다.
지인의 생일과 합격 등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지인이 아플 때, 힘들어 보일 때, 밖에 나가서 물건 사오기도 쇼핑하기도 귀찮을 때 등 20대가 얼마나 다양하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사용하는지 알아보았다.
선물하기로 전하는 뜻밖의 안부
카카오톡은 메신저이지만, 오히려 메신저가 아닌 선물하기로 뜻밖의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주로 생일이나, 개인적으로 고마운 일이 있을 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하기도 하지만, 기대치도 못했던 선물을 받으면 감동은 두 배가 된다. 정예진(23)씨는 “평소에 연락 한 번 안하는 이름만 아는 선배로부터 생일만 되면 아이스크림, 치킨 기프티콘을 받는다. 덕분에 일 년에 딱 두 번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메신저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일을 카카오톡이 알려주기 때문에 생일만큼은 서로 챙겨주면서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모바일 교환권만 주고받았던 것이 2012년 1월부터는 배송 상품을 새롭게 도입해 실물 상품을 선물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선물 받은 사람이 직접 주소를 입력해 배송 받는 방식은 당시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선물 문화이자 사업 모델이었다. 선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받는 사람 주소를 몰라도 쉽고 편리하게 선물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친구별로 위시리스트를 참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위시리스트란, 마음에 드는 선물을 담아둘 수 있는 일종의 ‘장바구니’와 같은 시스템이다. 다만 ‘위시리스트’에 담긴 품목은 카카오톡 친구들이 볼 수 있다. 이나라(24) 씨는 “생일이 가까워지면 친구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위시리스트를 채워둔다”고 전했다. 다만 “생일이 아닌 시기에 채워진 위시리스트는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사달라고 눈치 주는 것 같아서 비워둔다”고 전했다. 친구들은 생일날 그가 담아둔 ‘위시리스트’를 참고해 지갑사정에 맞게끔 선물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선물하기
선물하기를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보다, 필요한 물건을 쇼핑할 때 쓰기도 한다. 정 씨는 “할인도 많이 하고, 결제도 빠르고 회원가입도 필요 없어서 나에게 선물하기로 많이 산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편리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주소가 등록되어있어서 번거롭게 주소 찾기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취급하는 품목이 여타 쇼핑몰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필요한 품목을 사기위해 별도로 온라인쇼핑몰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물건을 사기 위해 묵혀둔 온라인쇼핑몰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찾는 것 보다 빠르게 쇼핑을 마칠 수 있다.
또한 정 씨는 “살 수 있는 카테고리가 다양해서 고퀄리티의 ‘다이소’를 구경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화장품과 옷은 물론 밀키트와 골드바까지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아이쇼핑이 생각지도 못했던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장품이나 옷 같은 경우 할인을 많이 하기도 하고, 제품들이 워낙 다양해서 쇼핑을 즐긴다고 전했다. 게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모든 선물이 배송비가 포함되어 책정된 가격이라는 장점도 있다. 별도의 배송비가 상품가격에 추가로 요구되지 않는다.
한편 이 씨는 “기프티콘 외에 다른 상품들은 최저가가 아니면서 할인가라고 말하며 최저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며 “선물은 상대 주소 찾아 배송하는 과정이 복잡하니 선물하기를 쓰지만, 만약 내가 쓰려고 사는 거라면 금액을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매제품’ 선물 받으면 참 난감해
카카오톡은 생일인 친구를 친구목록 상단에 보여준다. 생일인 친구를 확인하게 되면, 당사자와 친하든 그렇지 않든 선물을 뭘 할지 한 번 씩은 확인하게 된다. 생일을 안 챙겨주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챙겨주자니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다. 김예은(25) 씨는 “생일에 데면데면한 메신저 친구에게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받았는데, 그 친구에 생일에 어떤 선물을 줘야 할 지 고민하다 똑같은 선물을 돌려보낸 적이 있다”며 “고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들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선물하기에 기프티콘이 활성화되어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불매하는 브랜드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생일 즈음해서 ‘나는 이런 거 불매한다’고 상태메시지에 올리기도 웃긴다. 물론 보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사용하자니 곤란하다”고 전했다. 선호하는 선물을 담아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위시리스트’는 존재하지만 곤란함이나 불호를 알 수 있는 지표는 없기 때문이다. 20대의 소비가 가치인 만큼 선물조차도 불매하는 브랜드라면 소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선물하기는 공식 쇼핑몰이 아닌 만큼 키워드 알고리즘이 완벽하지 않다.
가령 ‘우울할 때 음식’이라고 검색하면 ‘우울할 때’가 포함된 책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카카오커머스는 소비자에게 상황별, 대상별, 가격대별로 적합한 선물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쓰는 날이 많으니 마스크에 뿌리는 천연 오일 혹은 구강청결제를 제안한다거나 장마가 계속되는 날이면 알아서 다양한 제습 전용 제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앞서 기술한 부분은 카카오커머스에서 별도로 기획해 둔 카테고리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키워드 검색을 통해 마땅한 선물을 찾기는 다소 난감한 결과를 도출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선물 받고 일주일 이내로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취소처리가 된다. 정 씨는 “마음을 담아서 선물한 선물이, 일주일 안에 정보를 기입하지 않은 이유로 취소당하면 서로 곤란하다”고 전했다. 다시 선물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다시 선물을 해주기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또한 교환권 선물의 경우 90일이라는 사용기간을 넘길 경우 선물한 품목의 가격의 90%만 환불이 가능하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장난스러운 선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는 정말 별걸 다 선물할 수 있다고 새삼 실감했다.
이 씨는 지난 해, 친언니가 결혼하게 되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부의 첫 생일을 챙겨주게 되었는데, ‘위시리스트’에 동전지갑이 있었다. 취향이 독특하다면서 선물해드렸고 형부 또한 고맙다고 전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술김이나 저도 모르게 ‘위시리스트’에 담았던 거라 서로 오해하고 선물을 보냈다. 회사에서의 이미지가 무섭고 근엄한 사람이었는데, 귀여운 동전지갑을 들고 다니니 회사에서의 위엄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당연히 ‘위시리스트’에 담겨 있어 취향인 줄 알고 보냈고, 안 다셔도 괜찮은데, 달고 다니셔서 감사하고 죄송하고 복잡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서로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씨는 “학과 선배에게 장난삼아 바나나옷 코스튬을 선물했는데, 그 다음부터 서로 경쟁하듯이 생일 때 마다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인한 모임이 제한되면서 선물하기를 통한 선물교환도 증가하고 있다. 연말 파티에 모여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겼다면, 코로나 시대의 20대들은 선물하기를 통해 웃음을 나눈다. 카카오 측은 최근 코드 선물을 도입해 연락처를 모르는 친구에게도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카카오톡은 연락처 기반 메신저이지만 최근 오픈카톡이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DM등의 다른 연락처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선물하기의 명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선물을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못 만난 지 오래된 친구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보는 게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