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여전…“양보다는 질적인 일자리 필요해”
비자발적 프리터족 증가 추세…“어쩔 수 없는 선택”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일·집·돈’ 20대 청년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 팬데믹 등의 외부요인은 청년들의 기회조차 박탈시키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뉴스포스트>는 취업, 결혼, 부채 편으로 나눠 길을 잃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노동시장의 고질병 ‘청년실업’
청년층의 취업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3%,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층 고용보조지표(확장 실업률)은 24.3%로 조사됐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질적인 실업 상태라는 뜻으로,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아르바이트뿐이다.
코로나19 여파라고 하기엔 2019년(24.2%)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2% 포인트 하락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는 코로나19 기저효과로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올해 3월 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8,000명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각각 3만 9,000명 감소했다. 결코 청년실업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청년실업 문제가 국내 노동시장의 고질병이 돼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 구직자가 느끼는 감정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년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81.1%가 현재 체감하는 청년고용률은 ‘4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체감 고용률을 40% 미만으로 응답한 청년들은 ‘최근 경제 침체에 따른 기업의 채용 규모 축소’(73.5%),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에 따른 일 경험 기회 부족’(70.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전반적인 일자리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직시장에서 청년 구직자들은 ‘불안’(82.6%), ‘무기력’(65.3%), ‘우울함’(55.3%)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주로 느끼고 있었다.
청년층 구직단념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작년 2월 기준) 29세 이하 청년 구직단념자는 19만 명이었다. 1년이 지난 올해 3월 기준으로는 무려 18%가 증가한 22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프리터족 “막막하다”
청년 취업난은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의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총 1만 6,64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학위 수여 요건을 전부 갖추고도 졸업 시기를 연기해 학적을 유지하는 학생을 뜻한다.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년(2회, 1회당 한 학기)인 학교가 많다는 점에서, 고의로 졸업 논문을 제출하지 않거나 졸업 이수 학점을 충족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터족’도 증가하고 있다. 프리터족은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로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필요할 때마다 초단기 계약을 맺어 일하는 근로 형태로, 보통 건수별로 임금을 받으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한다.
알바몬이 지난해 4월 알바 경험자 2,516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42.4%가 스스로를 ‘프리터족’으로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6.1%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45.8%), 40대(32.8%) 순으로 나타났다.
프리터족 중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 생활을 하는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더 많았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프리터족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79.5%로 월등히 많았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여파로 누구든 무급휴직, 희망퇴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고용불안’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리터족들도 현재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을 ‘불안함’과 ‘막막함’이라고 꼽았다.
김정수(35·가명) 씨는 벌써 4년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 중이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준생이 됐지만 쉽지 않았어요. 공장을 전전하다가 4년 전부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코로나19 여파로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았고 졸지에 백수가 된 상황이에요. 잠깐 쉰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막막합니다”라고 말했다.
4개월째 쉬고 있다는 이보람(32·가명) 씨는 현재 프리터족 생활 중이다. 물론 이 씨가 직장 생활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그는 20대 대부분을 직장 생활을 하며 보냈다. 이 씨는 “20대 후반쯤부터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좀 편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다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알바를 하던 식당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일손이 부족할 때만 나가서 일을 하고 있어요. 얽매이기 싫어서 선택한 생활인데 점점 불안하네요”라고 했다.
“불안정 일자리 양산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청년층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생계 문제를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공공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 강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희정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대표도 “직접 일자리 사업이 단순히 단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라며 “미래 유망 분야에 청년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직무 관련 실무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고승연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미취업 청년의 특징 분석과 맞춤형 청년 고용 정책 제안’에서 “정부의 청년 정책 대부분이 연령·학령 등에 따른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양적 확대에 치중했다”라며 “예산에 맞춰진 직접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의 역량 및 적성과 매칭될 수 있는 직무 기반의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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