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년 유권자 3인과 온라인 좌담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뉴스포스트>에서는 청년, 장년, 노년 세대가 갖고 있는 ‘내가 바라는 서울’ 좌담회를 준비했다. 서울 시민들의 ‘바닥 민심’에 후보자들의 성실한 답변을 바란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심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다. 특히 사회에 진출하고 자신의 생활 기반을 다져가는 장년 세대에게 거주 문제는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다. 어디 부동산 뿐이겠는가.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장년 세대는 직장 문제, 자녀 문제, 은퇴,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고민이 많다.

지난 25일 서울에 거주하는 장년 유권자 3명을 만나 ‘내가 바라는 서울’은 어떤 곳인지 물었다. 지난해 서울로 이사온 황성찬 씨(31세·남)와 서울 토박이 류승의(32세·남), 박정은(42세·여)씨를 온라인 회의 ‘줌’으로 만났다.

다음은 <내가 바라는 서울> 좌담회 내용.

지난 25일 온라인 좌담회 '내가 바라는 서울'에 참여한 서울 장년 유권자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난 25일 온라인 좌담회 '내가 바라는 서울'에 참여한 서울 장년 유권자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서울에서 ‘살기 좋다’고 느낀점이 있는지.

성찬: 살기 좋은 건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또 배달 서비스 같은 생활 서비스가 지방에 비해 정말 잘 되어 있다.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많아서 살기 좋다고 느꼈다.

승의: 저도 비슷하다. 인프라가 좋고 여러 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최고다.

정은: 교통 인프라 차이가 많이 난다. 서울은 대중교통으로 어느 곳이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화의날에 미술관 등 입장료를 무료료 해준다던가, 개인이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부분도 있다. 어르신들의 경우 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면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물어보신다. 이런 세세한 배려가 제공되는 점이 좋다.

반면 ‘서울 살기 힘들다’고 느낀점은.

성찬: 원래 살던 지역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다.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인데,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진다. 또 주거환경이 크게 차이 나는 것 같다. 제가 사는 곳은 의외로 해충이 많더라. 생각보다 서울이 깨끗한 동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의: 사람이 너무 많다. 비어있는 공간이 없는 도시라 그런지 여유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해외여행 갔을 때 수도와 대도시 모두 가 봤지만, 서울보다는 유휴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은 빈공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교통체증 정말 살벌하다.

정은: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저는 기관지가 예민한 편인데, 서울 외곽으로만 나가도 조금 나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서울 내 녹지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무한경쟁 분위기로 개개인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 같다. 특히 주거문제가 심각하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니까 무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간극이 참 크고, 상대적 박탈감도 크게 느끼는 듯하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 ‘내가 혜택을 받은’ 정책이 있었나.

성찬: 지난해 4월 서울시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그것 말고는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없다.

승의: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은 매일 혜택을 받는다. 그 외에는 구체적으로 혜택을 받은 게 없는 것 같다.

정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장기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펼치고 싶은 정책은.

성찬: 사실 서울에 대부분 문제는 인구가 과밀해 생기지 않나. 일정 인구를 이동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웃음). 그 밖에는 너무 여유가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쉽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펼치고 싶다.

승의: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초등학생부터 청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청소년이 많이 찾는 장소가 코인노래방, 카페, PC방 정도인데 열린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긴급돌봄도 초등학교 4~5학년쯤 아이들은 대상이 아니다. 여유 있는 가정은 학원이라도 가지만, 학원에 갈 형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돌봄이 부재돼있다.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시에서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년 주거공간도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사회초년생은 전세금을 마련하기 힘들다. 대부분 월세를 사는데, 이런 청년에 청소년 문화공간 돌봄 사업을 연계해서 청년은 동네 아이를 돌보고 월세를 지원받는 식으로 마을공동체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각 구의 자치센터의 남는 공간을 사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정은: 저도 비슷하다. 코로나 이후 돌봄 서비스가 강호됐는데, 공무원이나 교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런 분들에 대한 상담 심리 프로그램을 해주면 좋겠다. 물론 물질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한 행정을 펼쳤으면 한다.

10년 뒤, 내게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성찬: 10년 뒷면 41세다. 가장 역할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것 같다. 그때 나이면 나이든 부모님도 일하기 힘드실 테고, 늦둥이 동생이 있어 더 생각이 많은 편이다. 10년 뒷면 서울에서 살지 않고 고향으로 갈 것이다. 고향에 생활 기반이 있기도 하고,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큰 매리트를 느끼고 있지 못하다.

승의: 부동산 고민이 가장 크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으니까 서울 밖으로 벗어나볼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주택 가격뿐 아니라 직장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인생 계획을 생각하다 보면 서울에 있는 이점을 벗어나기 힘들다.

정은: 저는 부동산도 걱정이지만 건강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제 한 몸 챙기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긴급의료지원 서비스도 있고, 나라에서 치매도 책임진다고 하니 많은 부분에서 정부가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 걱정이 남는구나(웃음).

내 앞에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성찬: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1년 임기 서울시장에도 공약이 참 많더라. 약속만 지켜 달라.

승의: 앞으로 부동산 가격 어떻게 잡을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후보들은 대부분 재건축 완화 같은 공급 정책을 많이 내걸고 있다. 그런데 청년세대나 주거취약층, 사실 대부분은 재건축 혜택과 참 거리가 멀다. 이런 분들을 위한 구체적인 주거 지원에 디테일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은: 1년 서울시장 임기에 공약이 참 많다. 그 기간 동안 ‘이것 만은 해결하겠다’하는 중점 공약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바라는 서울·서울시장은.

성찬: 누구나 적당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주시길.

승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서울시장 발판으로 대선 간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 20년 한다는 마음으로 정책 평가도 받고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펴시면 좋겠다.

정은: 서울 내 쓰레기를 서울 안에서 처리 못해 인근 지역까지 간다고 하더라. 소비 위주의 도시에서 순환 가능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 새로운 개발정책보단 기존 사업을 이어받고 보완하는 식으로 가면 좋겠다. 탁상공론 말고 현장에서 뛰는 시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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