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에서는 박영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선다. 정치권에서는 단 며칠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후보는 누가 될지 두 후보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분석해봤다.
박영선의 인물 브랜드, 대세 뛰어 넘을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최대 강점은 ‘인물 브랜드’다. 박 후보는 직전까지 중기부 장관으로 있었고 정권을 잡은 여당 후보로서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호흡을 맞출 준비도 돼 있다. 박 후보 역시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아니면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 구도라고 생각한다”면서 오 후보의 과거 서울시장직 사퇴를 겨냥했다.
박 후보 본인에게 별다른 ‘약점’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야권에서는 박 후보의 배우자가 일본 도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월 매매한 것을 두고 ‘투기’라며 공세를 퍼부었지만,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해당 아파트는 지난 2월 처분했다”면서 “남편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회사에서 쫒겨나 일본으로 가게 됐고, 그래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아파트는 잔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박 후보자의 배우자 소유로 돼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인물’이 정권 심판론이 불고 있는 민심의 흐름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가운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당판’으로 뒤바뀌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오 후보에 무려 19.7%p가 뒤쳐졌다. YTN과 T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0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 후보 지지율은 48.9% 박 후보는 29.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보궐선거가 박원순 전임 시장의 ‘성비위’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박 후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최근에는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 내 ‘2차 가해자’를 지목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도 자신의 SNS에 “박원순은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고 두둔했다. 박 후보는 “개인적 표현의 자유”라면서도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다.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난감해했다.
민주당 집토끼, 잡느냐 놓치느냐
대세는 ‘야당판’이어도 기회는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도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 LH 사태 이후 강력한 여당 지지층인 3040세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서 리얼미터의 박영선-오세훈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상당히 높은 40대(53.5%) 지지율을 보였다.
박영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진성준 전략본부장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을 하루 앞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샤이 진보’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성준 본부장은 “뜻하지 않게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굉장히 사납고, 정권의 책임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슈에 따라 출렁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에 대해선 이미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진보 지지층들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특징상 투표율이 낮은 점도 박 후보에는 기회로 작용된다. 현재 중도층에서는 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상황인데, 투표율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조직력이 큰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당 심판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실망한 지지층이 아예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으로 대거 유입된 중도-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이 야권 단일 후보로 전향하지 않아도 투표 자체를 포기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여론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러 가겠다’고 응답한 적극 투표층은 오세훈 후보에서 52.5%를 차지한 반면 박영선 후보 지지층은 29.6%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