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방, 대만카스테라, 벌꿀아이스크림 등 줄줄이 폐업

사람 붐비던 인형뽑기 방, 텅 비어

흥미 떨어져··· 새로운 게임 찾는다

어려움 극복 못해··· 줄줄이 폐업

방송 영향 무시 못 해, 부정적 시선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최근 인형뽑기방, 대만 대왕카스테라 등 인기가 치솟아 올랐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겨버린 매장들이 눈에 속속히 들어오고 있다. 특히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경우에는 전국 각지에 매장이 들어서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인기를 누리던 것도 잠시, 방송 한 번에 줄줄이 폐업을 했다.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것들이 어느새 잠잠해지거나 폐업을 하는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뉴스포스트>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들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붐비던 인형뽑기 방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발길 끊긴 텅 빈 인형뽑기방··· 인기 벌써 시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문화를 ‘냄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쉽게 달아 올라 쉽게 식는다고해서 ‘냄비 근성’이라는 표현이 쓰여지고 있다.

이처럼 지난 뜨겁게 달아올랐던 인형뽑기방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냄비 문화’를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인형뽑기를 통해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성공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인형뽑기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인형뽑기 방의 영업시간, 절도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100m마다 인형뽑기 가게가 있었고 각 가게마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인형뽑기를 하기 위해서 뽑기를 하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인형뽑기방에서 뽑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종종 뽑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넓은 가게 안에 10개가 넘는 인형뽑기 기계 중 하나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관련, 홍대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최 모씨(42세)는 “초기 투자비용이 다른 사업에 비해 비교적 적게 든다는 점 때문에 개업했는데 과열된 업체 간 경쟁과 강화되는 경찰의 단속, 특히 최근 논란이 불거진 뽑기 확률 조작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수입이 줄어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큰 인기 하락 요인은 뽑기 확률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확률게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형뽑기방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인형뽑기방을 자주 이용했다는 오 모(28세)씨는 “예전에는 성취감도 느끼고 재미도 있어서 자주 인형뽑기방을 들려 인형뽑기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흥미가 좀 떨어진 거 같다”며 “항상 뽑는 것 보다는 잃는 돈이 더 많다고 느꼈고, 같은 방식으로만 뽑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을 찾게 되면서 덜 찾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인형뽑기 기계가 잘 뽑지 못하도록 조작해놨다는 사실을 접한 뒤로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인형뽑기방 한 관계자는 “인형뽑기방에 손님들이 몰린다는 소문과 최근 인형뽑기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커져 손님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더러 접했다”며 “인형뽑기만으로는 매출을 충당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여러 상품을 더해 새로운 상품을 같이 내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X파일' 방송 이후 문을 닫은 대왕 카스테라 매장 (사진=우승민 기자)

벌꿀아이스크림에 이어 대왕카스테라까지

이처럼 좋지 않은 소문과 흥미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방송의 여파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 대만에서 건너온 카스테라, ‘대왕 카스테라’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프랜차이즈 점포의 수가 점점 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12일 채널 A의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에서 대왕카스테라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해당 방송은 “대왕 카스테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유와 계란양보다 식용유가 더 많이 들어간다. 어떤 가게는 700ml짜리 식용유를 들이붓기도 한다”라고 보도했다. 방송 직후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포털 사이트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매출 하락과 함께 줄줄이 폐업했다.

지난 8일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최근 유행 중인 핫도그의 경우 관련 브랜드가 15개에 달한다. 한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생과일주스점, 대왕 카스레라 등에 이어 즉석 핫도그가 유행을 끌자 단기간에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때 높은 인기를 끌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대왕 카스테라 매장은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으로 반짝 떴다가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4~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의 창업을 유치하고,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가맹본부가 5년도 채 되지 않아 간판을 내리는 셈이다.

대왕 카스테라를 팔다가 BB탄 사격장으로 업종을 바꾼 매장 (사진=우승민 기자)

방송 이후 손님들의 야유를 받던 대왕 카스테라 가게 운영자는 폐업을 결심한 뒤 현재는 BB탄 사격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왕 카스테라를 폐업 한 뒤 ‘대왕카스테라 팔다가 이제는 BB탄 사격장’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BB탄 사격장을 운영중이다.

이 BB탄 사격장 가게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왕카스테라로 피해를 본 매장들의 속사정을 이해하고 현수막에 대해 공감하면서 SNS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BB탄 사격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먹거리X파일 예고편이 떴을 때 예상은 했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매출은 반 이상으로 떨어지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는 90%나 급감했다”라며 “방송에서 기름의 양이 너무 많고 먹으면 안 되는 식으로 다뤘다. 방송 이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고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왕 카스테라 사업 이후 타격을 크게 받아서 수입이 없었다. 이후 많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는 BB탄 사격장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대왕 카스테라로 불거진 ‘먹거리X파일’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먹거리X파일’ 시작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벌집아이스크림이다. 당시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올려 먹는 ‘벌집 아이스크림’이 유행하고 있었고, 제작진은 이 벌집을 문제 삼았다. 벌집의 딱딱한 부분에 대해 전문 양봉업자는 “벌들이 벌집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소초’라는 판”이라고 설명했고, 방송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양초와 크레파스의 주원료로 알려진 파라핀을 소초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방송 후 후폭풍은 거셌고, 업주들은 일부 업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며 반박했지만 사업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이처럼 방송에서 반짝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이용한 매장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시키며 가뜩이나 짧은 프랜차이즈 시장의 수명이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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