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는 앞서 [18살 홀로서다] 기획을 통해 보호종료아동 자립 문제를 고찰했지만, 이들이 왜 자립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면을 할애하지 못했습니다. 혹자들은 보호종료아동 문제의 본질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 이전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보호대상아동이라고 불렸습니다. 본지는 이 땅에 어떤 아동도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보육원 거주 아동 중에는 부모가 생존한 경우도 많다. 빈곤과 같은 경제적 문제나 가정사 등 보육원 내 아이들 사연은 제각각이다. 부모도 사정이 있겠다 싶지만, 시설에서 가족을 그리는 아이들의 외로움만 할까. 사실상 부모가 거절하면 아이들은 보호자를 만날 기회마저 박탈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보호자가 양육할 능력이 없거나 자격이 없는 경우의 아동들을 통틀어 ‘보호대상아동’이라고 말한다. 보호대상아동들은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대체로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보호 조치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호대상아동 발생 수는 5,053명이다. 이 중 귀가 및 연고자 인도자 수를 제외하면 4,120명이다. 이들 중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한 경우가 2,727명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위탁 가정 보호로 1,393명이 집계됐다.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지난해 보호대상아동 발생 원인은 학대가 1,766건(42.9%)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 이혼(539건)이나 미혼 부모·혼외자(466건), 부모 사망(239건) 등 개인 가정사 때문에 보호대상아동이 된 사례도 만만치 않다.

지난 3년간 연도별 보호대상아동 발생 및 보호조치 현황. (표=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3년간 연도별 보호대상아동 발생 및 보호조치 현황. (표=보건복지부 제공)

부모로부터 방임 넘어 정서적 학대까지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오래된 편견은 이들이 부모 등 보호자가 부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편견은 통계만 살펴봐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 점을 알 수 있다. 부모의 사망이나 학대 등 이유로 보육원에 맡겨진 것만 아니라면, 아동들에게 보호자가 따로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자녀를 만나러 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보육원 퇴소자 단체 한국고아사랑협회 이성남 회장은 <뉴스포스트>에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례는 많으면 30% 정도다. 30%는 명절에만 연락하는 경우다. 서로 왕래하는 사례는 10명 중 1~2명 정도”라며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고 싶을 때만 오니깐 아이들이 더 부모 만나기를 꺼려한다. 보고 싶을 때 안 오는 부모가 그렇지 않을 때 오니 경악할 수밖에”라고 설명했다.

시설 밖 부모들은 자녀가 보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반면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회장은 “아이가 부모님을 보고 싶어 해도 부모님이 거부하거나 거절 또는 단절하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각 숙소 생활지도원 선생님들께서 부모님들께 연락해 만남을 권유해드리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연락처를 바꿔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협회를 운영하면서 다수의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등과 소통한다는 이 회장은 시설 내 상당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방임을 넘어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을 해왔다. 그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보고 싶어 가슴앓이를 한다”며 “부모님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상당히 애처롭다”고 심경을 전했다.

보호대상아동 ‘면접교섭권’ 보장, 국가가 나서야

보호대상아동이 만남 의사가 있어도 부모가 거절하면 사실상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방치당하고 있는 아동들은 시설 내에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 일각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현행법 강화가 있다.

민법은 지난 1990년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가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인 ‘면접교섭권’을 보장해줬다. 2005년에는 이혼 가정 비양육자 부모의 면접교섭권과, 2007년에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를 만날 수 있는 권리까지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가정폭력 가해자 부모의 면접교권을 제한해 아동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면접교섭권 부모의 권리임과 동시에 아이의 권리이기도 하다. 불이행 시 가정 법원에서 최대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고 버티거나 자녀-부모와의 만남 강제 사항은 없어 현재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호대상아동의 ‘부모 만날 권리’를 위해서라도 현행법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밖에도 ▲ 보호종료아동과 부모 사이 연락망 구축 ▲ 정서적 학대 및 방임 처벌 강화 ▲ 부모 상담 등 가족 교육 서비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부모와 아동 간의 심리적 관계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정기적인 부모 교육과 가족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청소년기 부모와의 관계 형성 아동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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