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조한나 사무국장 인터뷰

아직은 어린 나이 만 18세.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할 수도 있는 나이에 누군가는 사회로 나와야 한다.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보호를 받다가 어른이 된 아이들은 맨몸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국가는 돈 몇 푼 쥐어주고 이들에게 자립을 강제한다.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은 해마다 약 2,500명씩 사회로 나오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에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조한나 사무국장을 만났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에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조한나 사무국장을 만났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아동양육 시설이나 공동생활 가정, 가정위탁에서 자란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로 나가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해마다 2,500여 명이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에게 현금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교육이나 심리적 지원은 열악하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던 시민들이 직접 아동들의 가족과 선생님을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뉴스포스트>가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소재 카페에서 만난 조한나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사무국장 역시 보호종료아동들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학원업을 한다는 조 국장은 센터 업무를 병행하면서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남은 시간을 활용해 센터일을 보는 게 힘들지만, 저희를 만나고 달라진 보호종료아동들을 만날 때 느끼는 보람이 매우 커서 (센터)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이하 ‘센터’)’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민간단체다. 지난 2016년 한 축구모임에서 시작됐고, 2019년 정식으로 센터를 발족했다. 보호종료아동들과 가족같이 지내던 축구모임 회원 일부와 그들의 지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보호종료아동들의 성공적인 자립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복지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센터에는 조 국장 등 10여 명의 자원 활동가들이 보호종료아동들의 선생님과 가족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과 소통하면서 직접적인 도움받는 아동들은 40~50여 명이다. 생필품 키트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센터의 도움을 받는 아동들은 무려 1천여 명에 달한다. 활동가들 일부는 아동들을 실제로 입양하거나 가족처럼 지내기도 한다. 반대로 아동들이 센터 일을 맡으면서 다른 보호종료아동 자립을 돕기도 한다.

주요 사업은 크게 ‘동행 프로그램’과 ‘자립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동행 프로그램은 사회적 활동이나 예체능 문화체험 중심이다. ▲ 그림 ▲ 요리 ▲ 축구 ▲ 공연 관람 ▲ 봉사 등 활동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자립지원 프로그램은 센터 활동가나 외부 전문가들이 시설 등을 방문해 퇴소 예정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진로 교육은 물론 보호종료아동들의 사회화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경제교육, 생활안전교육 등이 이뤄진다.

지난 2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의 사회적 자립 일환으로 유기견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제공)
지난 2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의 사회적 자립 일환으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제공)

“어려움? 더 많은 아이들 만나지 못해”

각종 프로그램과 자립지원키트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보호종료아동들만 1천 명이지만, 센터 활동가는 10여 명 남짓.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 문제는 오히려 큰 어려움이 아니다. 조 국장은 “돈은 저희가 센터 시작 때부터 없어서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데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국장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들은 크게 ▲ 셀프(Self) ▲ 헬프(Help) ▲ 레스(Less) 세 그룹으로 나뉜다. 셀프는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아동들, 헬프는 조금만 도와주면 잘 해낼 수 있는 아동들 말한다. 나머지 레스 그룹은 의지도 없고, 도움도 거부하는 이들이다. 조 국장은 “레스 그룹은 안 좋은 직업이나 상황에 많이 빠진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있던 시설에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그룹 중에서 센터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보호종료아동들은 단연 레스 그룹이다. 센터는 레스 그룹의 아이들을 헬프 그룹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례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그룹은 연락 자체가 어렵다. 조 국장은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서 더 많이 지원해줘야 하는데, 그 친구들이 손을 뻗지도 않아 어렵다”며 “저희도 어떻게 더 홍보를 하고, 아이들을 만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립키트 역시 홍보의 목적이 강하다. 조 국장은 “아이들이 자립키트가 없다고 해서 당장 굶는 건 아니다. 나라에서 지원도 오니까”라며 “키트를 통해 저희가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힘들면 언제든지 손을 뻣어서 도움을 요청해도 돼’라는 거였다.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이 아닌데도 지원해주는 이유는 아직도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에서 LG생활건강과 협력해 보호종료아동 및 보육 시설 등에 자립 키트를 보냈다. (사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제공)
지난달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에서 LG생활건강과 협력해 보호종료아동 및 보육 시설 등에 자립 키트를 보냈다. (사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제공)

어른들 관심에 변화하는 보호종료아동들

센터의 도움으로 보호종료아동들의 삶은 변화했다. 활동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서적 만족을 느끼는 아이들부터 삶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사례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보호종료아동 A모 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센터를 알게 됐다. 교육 프로그램 첫날부터 만족감을 느꼈던 A씨는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그해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해 이듬해에는 대학까지 입학했다.

삶의 의욕을 잃었던 A씨가 극적으로 변화하게 된 데에는 센터 내 활동가들의 헌신이 있었다.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A씨는 증세가 시작되면 1박 이상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는데, 활동가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활동가들의 헌신 덕에 A씨는 건강을 되찾았다. 조 국장은 “얼마 전 저에게 편지로 ‘제가 이렇게 행복해도 돼요? 행복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저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하는데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센터를 찾은 또 다른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다양한 도전을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를 꿈꾼 이는 최근 자격증을 따냈고, 선생님이 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이도 있다. 조 국장은 “저희 센터는 그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케어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친구들이 다 주인이 될 수 있는, 저희로부터 시작했지만 저희가 계속 센터에 있기보다 그 친구들이 이 자리에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 국장은 “저희 센터가 원석 같은 아이들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에 있지 않나 생각하다. 아이들이 여기 와서 ‘너는 빛나는 존재’, ‘너 할 수 있어’, ‘너는 아름다워’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이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바뀌기 시작한다”며 “원석 같은 아이들을 보석으로 만드는 센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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