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린 나이 만 18세.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할 수도 있는 나이에 누군가는 사회로 나와야 한다.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보호를 받다가 어른이 된 아이들은 맨몸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국가는 돈 몇 푼 쥐어주고 이들에게 자립을 강제한다.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은 해마다 약 2,500명씩 사회로 나오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아동양육 시설이나 공동생활 가정, 가정위탁에서 자라다가 보호가 종료된 아동을 사회는 ‘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한다. 보호종료아동의 ‘보호’는 자립 능력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만 18세가 되면 끝난다. 보육원 등 아동양육 시설만 전국적으로 280여 개다. 이곳 등에서 해마다 무려 2,500명 안팎의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자립 능력과 상관없이 보호가 종료된 아동들이 사회로 나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명했다. 자립 이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다반사인 데다 심하면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이들의 열악한 현실이 보도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 자립정착금 ▲ 디딤씨앗 통장사업 ▲ 자립 수당 ▲ 주거 지원 등의 방식으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까지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관련 종사자들과의 취재 과정에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필요한 건 현금 지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육시설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지원 기업에 근무한다는 A모 씨는 “지원해준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수입과 지출에 맞는 올바른 소비, 저축, 금융 등 경제 교육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또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조한나 사무국장은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서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 퇴소 후 사례관리 ▲ 퇴소 전 자립 교육 강화 ▲ 정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현물 지원도 좋지만 교육이나 사례관리를 통해 아이들이 퇴소 후 지원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케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종료아동 문제가 알려지면서 다행히 금전적인 지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해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립정착금을 2천만 원 단위로 올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 경제적인 부문에 초첨이 있다는 점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정 부분의 사회화 교육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최대 만 25세까지 국가가 사례관리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 사회적 약자를 중시한다는 선진국에서는 보호종료아동들에게 금전적 부문 외 어떤 지원을 할까. 지난 2월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보호종료 아동지원사업 성과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99년부터 관련법에 따라 보호종료아동 자립 프로그램(CFCIP: Chafee Foster Care Independence Program)을 추진해왔다. 아동들은 CFCIP 기금으로 재정적 지원은 물론 교육, 정서 치료, 멘토링 등을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리빙케어(Leaving care)’ 서비스가 있다. 시설 퇴소를 앞둔 상황부터 퇴소 후까지 자립을 지원을 의미한다. 목표는 사회기술의 습득과 종사자와 퇴소를 앞둔 청소년과의 관계 형성이다. 사회기술은 가스비·수도료·전기료 등 지불, 전입신고, 건강보험 가입, 금전관리, 인간관계 관리 등 전반적인 생활 분야다. 국내 보호종료아동들 상당수가 사소한 사회 기술이 교육되지 않은 채 시설을 나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본의 예시는 눈여겨 볼만 하다. 

보호종료아동 지원에서 있어 가장 선진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지난달 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립지원의 공백: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법률을 통해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에게 ‘개인상담사’를 지정해준다. 아동들은 보호 종료 이후인 만 18세부터 만 25세까지 개인상담사를 통해 자립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인상담사는 보호종료아동들이 성인으로 무사히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상담사는 최소 8주마다 아동을 면담하고, 이들의 진로 계획을 검토하면서 모니터링한다. 거주 시설의 수리 상태나 안전, 위치 등 아동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개인상담사들이 세심하게 살핀다. 아동들은 자립에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 지방정부에 개인상담사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자립 수준평가 대상자와 정부의 연락 두절률. (표=국회입법조사처 ‘자립지원의 공백: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보고서 제공)
자립 수준평가 대상자와 정부의 연락 두절률. (표=국회입법조사처 ‘자립지원의 공백: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보고서 제공)

영국은 개인상담사 제도를 통해 보호종료아동들의 사례관리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 개인상담사들은 지방 정부가 지원을 제공한 모든 사례를 기록으로 남긴다. 덕분에 영국에서는 지난해 기준 보호 종료된 만 18세 청소년의 95%가 정부와 연락이 닿고 있다. 19~21세에 해당하는 보호종료아동과 연락이 닿고 있는 비율은 90%다. 반면 한국의 자립 수준평가 대상자와 정부의 연락 두절률은 무려 26.3%이다. 영국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전담기관·요원, 갈 길 먼 보호종료아동 지원책

사례관리와 교육·정서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내에서도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적 자립을 위한 고민은 끊임없다. 대표적으로 자립지원전담기관 및 자립지원전담요원을 꼽을 수 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준비를 지원하고, 사례관리를 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아동들이 온전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돕는 이들을 자립지원전담요원이라고 한다.

기관과 요원을 잘만 활용한다면 영국의 개인상담사제도 못지 않게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은 고작 267명이다. 요원 1명 당 85.4명의 아동이 배정된 셈이다. 한해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시설에서 사회로 나오는 현실에 비하면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전국 17개 시·도 중 고작 8곳에 설치돼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지난달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자립지원전담기관 및 자립지원전담요원을 확충을 관련 정부 부처에 권고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안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자립지원전담기관의 확대를 위한 설치와 운영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은 점차 확대돼 갔지만, 해외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영국 교육부는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서만 개인상담사 배정 예산을 2020년 약 95억 원에서 올해 약 142억 원으로 증액했다. 국내 아동들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의 ‘권고’나 의원 개개인의 입법 발의를 넘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