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린 나이 만 18세.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할 수도 있는 나이에 누군가는 사회로 나와야 한다.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보호를 받다가 어른이 된 아이들은 맨몸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국가는 돈 몇 푼 쥐어주고 이들에게 자립을 강제한다.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은 해마다 약 2,500명씩 사회로 나오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만 18세는 한국 나이로 19~20세에 해당한다. 보통 스무 살 성인이지만, 생일이 빠를 경우 고등학생일 수 있다. 기껏 해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거나 대학교 새내기다.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 연령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해도, 현실에서는 해당 나이대 청년 다수가 부모 등 보호자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어떤 이들에게 이제 만 18세가 됐다며 자립을 해야 한다고 등 떠밀고 있다.
보육원과 같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 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는 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 능력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보호조치 중인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만 18세에 달했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되면,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시설에서 퇴소시키도록 한다. 사회는 이들은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부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만 보호종료아동이 2,587명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인 1,423명은 위탁 가정에서 지내다가 나왔고,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이 992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172명은 공동생활가정에서 나왔다.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약 2,500명 안팎의 보호종료아동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사회에서 저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경제적 문제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아동 중에 26.2%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소 1년 차 보호종료아동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무려 45%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종료아동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도 보호종료아동들의 현실을 모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지원은 점차 증가해왔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보호종료아동 지원책에는 ▲ 자립정착금 ▲ 디딤씨앗 통장사업 ▲ 자립 수당 ▲ 주거 지원 등의 방식이 있다. 지원금을 달마다 주거나 임대 주택 등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지원금의 경우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 수준이다.
무작정 경제적 지원은 밑 빠진 독 물 붓기?
보호종료아동들은 경제적 어려움만 겪는 게 아니다.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가 31.1%, 주거 문제가 24.2%로 다음을 차지했다. 하지만 심리적 부담감(10.1%), 돈 관리 지식 부족(7.7%), 취업정보 및 기술 부족 (6.8%) 등 금전적 문제를 떠난 고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교육 수준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그 해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52%로 전체 진학률 69.8%보다 낮았다.
2016년도 조사이지만, 2021년 현재에도 유효한 결과인 듯하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달 21일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지원 정책의 개선을 관련 정부 부처에 권고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 자립지원 전담기관 및 자립지원 전담요원 확충 ▲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중·장기적 직업훈련 프로그램 마련 및 취학 지원 확대 등 기존의 금전적 지원과 다른 성격의 지원책을 권고했다.
현장에서도 지원 금액만 늘린다고 해서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육시설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지원 기업에 근무한다는 A 씨는 <뉴스포스트>에 “지원금을 유흥 등으로 탕진하거나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가족 또는 시설 선배 등에게 갈취, 사기당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기초생활수급비와 자립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취업해서 자립 해야겠다’는 의지를 잃어버린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 지원금에만 의존하게 만들어 자립하는데 방해가 되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적으로 경제적 지원만 늘릴 게 아니다. 지원해준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수입과 지출에 맞는 올바른 소비, 저축, 금융 등 경제 교육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마다 2,500명 안팎의 보호종료아동들이 이른 나이에 사회에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심리적 문제와 교육의 부재까지 겹친 상황에 어렵게 자립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물질적 지원 상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보호종료아동이 안정적으로 자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타 지원들은 부족한 상황이다. 다음 편에서는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국내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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