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니스트
온기운 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언제쯤 테이퍼링(Tapering)을 개시할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5~16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위원 11인 전원의 찬성으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동결(0~0.25%)하고 자산매입을 지속(매월 최소 국채 800억달러 및 MBS 400억달러)하는 기존의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테이퍼링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영어의 Tapering이란 ‘끝을 점점 가늘에 만들다’라는 의미로서 양적완화 정책으로 불어난 Fed의 보유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뜻이다. 즉, 양적완화의 축소 조치다.

테이퍼링 시기 무르익고 있어

Fed는 돌발적인 사태로 미국 경제가 위기 국면에 처할 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중의 국채나 담보부증권 등을 대규모로 사들여 돈을 풀어내는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해 왔다.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를 살리기가 역부족인 경우 비전통적 수단인 양적 완화 정책을 동원한 것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별 금융위기가 촉발됐을 때 Fed는 5.25%던 기준금리의 목표범위를 0~0.25%로 끌어내림과 동시에 시중에서 4조 1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 등을 사들였다. 2014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결쳐 취해진 양적 완화 조치다. 이 조치로 Fed의 자산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여름까지의 약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테이퍼링은 금융 정상화 조치 일환

전례없는 파격적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조치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설비투자를 용이하게 해 경제를 회복궤도에 올려놓았으며, 이로써 2009년 10월 10%에 달했던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인 3%대로 떨어지게 됐다. 경제가 호전됨에 따라 Fed는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하고 2017년 10월부터는 보유하고 있던 채권과 MBS를 매각함으로써 시중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양적 긴축에 들어갔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을 그대로 놔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테이퍼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극심한 불황국면에 처했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Fed가 또다시 그 개시 시점을 저울질하고 하고 있는 정책카드 중 하나다.

2020년초부터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하자 Fed는 또다시 막대한 규모의 채권과 MBS 등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게 됐다. 양작 완화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훨씬 능가해 Fed의 자산 보유액이 8조 달러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이후 취하고 있는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과 더불어 양적 금융완화 정책의 정책조합(policy mix)에 따라 미국 경제는 강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비 연율)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은 지난해 2분기에 -31.4%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 33.4%로 급반등했고, 동년 4분기 4.3%, 올 1분기 6.4% 등으로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뵈복 덕분에 실업률은 지난해 4월의 14.8%에서 올해 5월에는 5.8%로 떨어졌다. 올해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 상승해 2008년 9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지난해 7월 0.5%대에서 올해 3월 1.7%를 돌파할 정도로 상승하다가 최근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은 이제 Fed가 테이퍼링을 언제쯤 단행할지에 집중돼 있다. 테이퍼링은 금리인상의 사전 신호탄이며,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다. 테이퍼링을 실시하면 이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경제주체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제활동도 위축된다. 이는 또한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무릅쓰고 Fed가 테이퍼링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전의 테이퍼링 경험

과거의 예를 보면 테이퍼링이 이론과 같이 경제에 큰 충격을 주거나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금리가 약간 더 올라도 미국 사회와 Fed의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바로 과거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해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던 Fed는 2014년 1월부터 채권과 MBS 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개시했다. 이 양적 완화 축소는 전년 5월 22일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지 반년 만에 이뤄졌는데 금리는 테이퍼링 시사 시점부터 올랐다. 즉 2013년 5월 1일 1.63% 수준이었던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동년 말에 3%대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듬해가 돼 실제로 테이퍼링이 개시되자 상승했던 금리는 오히려 떨어져 동년 말에는 2.17%를 기록했다. 주가의 경우 2013년 5월 버냉키 전 의장의 테이퍼링 시사 발언으로 S&P 500 지수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곧 회복돼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보였다. 실제 테이퍼링 개시가 시장의 발작 반응(테이퍼 텐트럼, Taper Tantrum)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다.

향후 취해질 테이퍼링 영향도 제한적일 것

현재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테이퍼링의 개시는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난 5월중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55만 9000명 증가해 시장예상(67만 5000명)을 하회함으로써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된 상태다. 제이피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바클레이 등 투자은행들은 가까운 시일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FOMC 회의에서는 “경제가 분명히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상당한 진전이라는 목표에서는 벗어나 있으며,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상황 조성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흐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Fed가 취할 정책 순서는 테이퍼링 시사→테이퍼링 개시→기준금리 인상 등이 될 것이다. 시장은 테이퍼링이 실시될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고, 실시된다고 해도 이번이 두 번째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이전에 비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됨으로써 증시는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건전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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