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니스트
온기운 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칼럼니스트]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금년도의 8,720원에 비해 5.1%(440원) 오른 91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는 191만 444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팬데믹으로 경제상황이 전례없이 어렵게 된 올해는 노사 반발이 그 어느 해보다도 거세 다음달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의결안대로 고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사단체는 이미 이의를 제기해 놓고 있다.

노사 모두가 불만 강하게 제기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희망고문으로 끝났다”며 “공약이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고용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임금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결여된 상태에서 인상률이 정치적 영향 등으로 들쭉날쭉 널뛰기를 반복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말하자면 노사간 힘겨루기 여하에 따라 인상률이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반발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소득주도 성장의 한 방편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2018년도 16.4%, 이듬해 10.9% 등 2년 동안 29%나 올렸다. 당시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이렇게 올릴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었고, 단지 임금을 올려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고 이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차원에서 올린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2020년도 인상률은 2.9%, 2021년도 인상률은 1.5%로 각각 크게 낮췄다. 결과적으로 애당초 무리였다고 평가된 임기내 1만원이라는 공약은 지켜지지 못하고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불신만 높이는 꼴이 됐다.

노동생산성과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해야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어떤 기준에 근거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경제 이론적으로 보면 임금은 노동생산성과 물가에 따라 결정되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야 노동시장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과 물가가 높아질수록 임금을 많이 인상해 노동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인상을 적게 하는 게 맞다. 내년도 최저임금인상률 5.1%는 국내 주요 기관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 1.8%를 고려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3.3%는 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하는 우리나라 전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8년 0.3%, 2019년 -0.1%, 2020년 1.6% 등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노동생산성 증가율 3.3%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켤코 낮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률의 부작용은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축소와 실업증가다. 특히 노조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일용직과 임시직, 아르바이트, 청년 등 취약계층의 고용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그해 5인 미만 사업장 일자리가 24만 개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9000원대가 되면 약 13만 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 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 수요는 줄고 노동 공급이 늘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없어진다. 기업은 임금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한편 인력감축, 자동화·무인화,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대응한다. 또한 임금이 급상승하면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고 국내기업 해외이탈과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등 산업공동화 심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하고 서비스 및 외식 물가 등 생활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편의점이나 식당 사례에서 흔히 보듯이 비숙련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영세사업자에게서 저소득 근로자로 소득을 이전하는 ‘을과 을의 게임’이 야기되기도 한다.

업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도 본격 논의할 때

결국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특히 정치 논리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결정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최저임금위가 적용하는 경제성장률보다는 노동생산성으로 기준을 바꾸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제성장률에는 노동자의 기여뿐 아니라 자본가의 기여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가 1988년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업종, 지역, 직종, 나이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이 제도가 적용돼 왔으나 이제 주요국들처럼 상황에 맞게 차별화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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