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이달 하순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25일(현지 시간) 1.6%를 뚫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급락하고 세계 주요국들의 주가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금리 변동으로 주가 널뛰기
2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5% 급락한 3만1402.0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2% 폭락한 1만3119.43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5% 내린 3829.34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시장의 대표적 기술주인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 달 사이 23% 하락했고, 세계의 ‘대장주(시가총액 1위)’로 불리는 애플 주가도 한 달 동안 15% 하락했다.
하지만 26일이 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채권 매도가 진정되는 가운데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1.407%로 전일 대비 3.39% 떨어지고,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1만 3192.35로 0.56% 반등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 주식이 대량 매도되면서 1.50% 하락한 3만 932.37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 지수가 이처럼 널뛰기 하고 있는 배경에는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있다. 미 국채 금리는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난해 4월 8일 0.51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그후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초 1%선을 넘어섰고 지난달 25일에는 1년만에 최고치인 1.614%까지 치솟은 바 있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 중순 수준이다.
금리변동은 채권수익률에 영향줘
국채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금리가 오르면 주식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투자가들이 주식 보유를 줄이고 채권투자를 늘리게 된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장차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가들은 채권 투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은행 예금금리도 상승하는데 이 경우 투자가들은 리스크가 큰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은행에 정기예금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게 된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리가 떨어질 경우는 반대 논리에 따라 주가는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금리는 크게 보면 경기 상황과 시장참가자들의 행동, 정책당국의 스탠스 등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자수 감소와 추가 경제대책을 통한 경기부양 등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금리 상승세가 가속화됐다. 경기회복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금리 상승에 한몫 했다. 금리가 상승하는(채권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채권 트레이더들이 일시적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이를 소화해 줄 세력이 약해진 것도 금리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잠정 데이터에 따르면 미 국채 선물 잔액은 최근 500억달러 상당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잉반응한 금리 조정국면 맞을 것
어느 자산 가격도 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펀더멘털(기초적 경제여건)과 괴리돼 과잉반응(overshooting)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조정국면을 맞게 되는 법이다. 과도하게 치솟은 미 국채금리도 그렇다. 국채 금리는 앞으로 상당기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아직 5년내 최고점인 2018년 1월 10일의 3.149%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기회복에 따라 더 상승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단기간의 급상승은 필연적으로 조정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기를 2023년 3월로 지금까지의 같은해 중반보다 다소 앞당겼지만 아직도 2년 가량 남았다. 고용시장 회복을 정책 최우선 목표중 하나로 삼고 있는 미 연방준비이사회(FRB)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양적 완화 기조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견지하겠다고 밝혔고, 이것이 금리 급등의 불을 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FRB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MBS 잔고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배인 8조달러를 넘고 있다. 언젠가는 재조정(rebalancing) 차원에서 FRB는 이들 자산을 다시 매각하는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조치를 취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FRB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활동과 노동시장의 개선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이 잔고를 당분간 더욱 늘리겠다고 밝혔다. 파월 FRB 의장은 지난달 23~24일 미 의회 증언에서 “노동시장 여건이 완전고용과 평균 2% 인플레이션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제로금리 수준)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채와 MBS 보유를 최소 현재 속도로 계속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FRB는 자산매입 속도 변경에 앞서 목표를 향한 진전상황에 대한 평가를 시장에 계속해서 명확하게 전달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펀더멘털에서 괴뢰된 단기 과잉반응 현상은 오래 갈 수 없고 결국 균형상태로 회복하게 된다. 과거의 역사적 흐름을 확인해 보면 그렇다. 이 점에서 자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시의적절한 정책이 중요하고 시장참가자들도 좀더 냉정하고 인내심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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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