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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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첫째 날부터 여섯째 날에 걸쳐 낮과 밤, 하늘과 땅, 각종 생물 등을 지으신 다음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다고 적혀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인간도 일한 후에는 쉬어야만 하는 존재다. 쉬지 않고 밤낮 없이 일만 한다면 몸과 마음에 언젠가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청년층에 쉬었음 인구 가장 많아

휴식은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선물이다. 휴식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맛은 땀 흘려 일한 사람이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다.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일에 다시 임했을 때 능률이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휴식을 지겹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땀 흘려 일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나긴 '쉼'을 저주하며 원망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아무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인구가 지난해 12월 253만 6000명(전년동기 대비 14.1% 증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월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20~29세로 45만 8000명에 달했으며, 전년 12월 대비 35.1%나 늘었다. 경기하강 추세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신규 취업의 문이 좁아졌음은 물론, 최저임금 급등 등으로 단기 일용직 일자리마저 대거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쉬었음 인구는 50~59세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늘었다.

좋게 표현해서 '쉬었음'이라고 하지 실제로는 일자리가 없어 소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일할 능력은 충분히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기 때문에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고용통계의 맹점이기도 하다.

체감실업률 14% 상회, 고용률은 OECD 최하위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 공식 실업자는 113만 5000명이다.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경제활동인구가 2766만 1000명이므로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의 비율인 실업률은 4.1%다. 하지만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할 의지를 접은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통계상 실업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은 실제보다 과소 측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자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확장 실업률은 14.6%에 달한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공식 실업률은 8.1%이지만 확장 청년 실업률은 26%나 된다.

통계상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 외에 취업준비생, 진학준비자, 군입대 대기자, 구직 단념자 등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쉬고 있는 사람은 400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공식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없는 '백수' 숫자는 500만명을 훌쩍 넘는다.

고용시장의 상황을 보다 적절히 표현해 주는 것은 실업률보다는 고용률이다. 이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취업자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해 계산된다. 따라서 쉬었음이나 구직단념자 등을 배제한 공식 실업률의 과소 추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지난해 3분기 65.7%로 36개국중 28위에 그쳤다. 일본의 77.5%는 물론 미국 68%보다도 낮다. 박근혜 정부 때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는 희망 사항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는 소득창출의 원천이며,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하는 핵심적 요소다. 일자리가 없으면 빈곤한 생활이 불가피하고 삶의 의욕도 상실되고 만다. 그러기에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일자리 정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현실의 고용사정은 참담하리만큼 악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집무실에 현황판 만들고 일자리 챙기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쉬는 고통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밖에 달리 길이 없다. 사회적 일자리나 공무원 수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줍기, 교통안내 등 노인들의 공익형 일자리와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등은 통계상 취업자 수는 늘려주지만 임시방편적인 단기 일자리 밖에 되지 않는다.

최선의 길은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시장이 해결 못하는 문제는 없다"고 한 것처럼 민간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는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기업이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는 불힙리한 정책이나 제도부터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소상공인 50.9%가 최저임금이 올라 직원·알바를 내보냈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이 최근 보고서는 잘못된 정책이 일자리를 없애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의 경직적인 운용도 근로자의 소득감소는 물론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바꾸는 발상 전환이 급선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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