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리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국내 ESG 경영에 앞장서 온 최태원 SK 회장은 그동안 사장단이 참석하는 세미나 등에서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주문하며 ESG 향상을 강조해 왔다. SK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비즈니스 모델 확산에도 적극적이어서 해외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동행’ 비전을 경영철학의 기치로 내걸고 ESG에 대한 투자확대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2018년에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새 사회공헌 비전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ESG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 포스코, KT&G, KB금융그룹, 롯데그룹 등 제조업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ESG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업계도 ESG경영을 선언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ESG를 활용해 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와 디지털화의 물결이 기업의 ESG 경영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하며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년간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친환경 정책에 적극 임할 태세여서 ESG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ESG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 글자를 따 명명된 것이다.

환경은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로, 구체적으로는 환경오염이나 생물 다양성에 대한 배려, 에너지 절약, 탄소배출량 삭감 노력 등을 말한다. 사회는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예를 들면 노동 환경이나 인권문제에 대한 배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등이다. 지배구조는 경영에 관한 다양한 관리체제, 경영의 투명성, 자본 효율화 등이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필수적인 경영방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투자대상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성과에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재무적 지표로만 평가받던 시대를 지나 비(非)재무적 지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 강조돼 온 사회적책임(SCR) 경영이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ESG경영은 필수가 된 셈이다. 추구하는 영역도 SCR보다 ESG가 더 포괄적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의 하나로 ESG를 채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단법인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에 대해 ESG등급을 메겨 공표하고 있다. 등급은 S, A+, A, B, B+,C, D의 7단계로 구분되며, 수시로 조정된다.

기업이 ESG 경영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뭔가? 무엇보다 미래현금흐름이 증강된다는 점이다. ESG 경영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고객이나 거래처를 개척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신규사업을 창출하면 큰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장기적인 현금흐름의 증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리스크 관리가 고도화된다는 장점도 있다. ESG가 나타내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3가지 요소는 모두 기업에 있어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연환경과 노동환경의 악화에 의해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기업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ESG의 개념을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 고도화로 이어진다. 리스크가 줄어들면 안전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소비자나 투자가로부터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것이다.

ESG 경영의 리스크 관리에는 일정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브랜드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ESG 경영을 의식하면 기업의 건전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환경·사회친화적이고 투명성 높은 경영을 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기업의 브랜드력도 향상된다.

이상의 3가지 이득을 통틀면 결국 ESG 경영의 이득은 ‘기업가치의 향상’으로 귀결된다.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 장벽이 낮아지고 그 자금으로 더 큰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등 ESG 경영은 기업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ESG 경영은 향후 경제를 좌우할 중요한 키워드다. ESG 물결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어 어느 기업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대기업은 물론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라 할지라도 경영자는 ESG의 개념을 조속히 체득해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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