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온기운 칼럼]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책당국자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들은 헌법의 기본가치에 위배되는 ‘혁명적’인 것들이 많아 이것들이 실현될 경우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민생 안정의 최대 관건이라고 여기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구를 만들어 시장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여겨진다. 불합리한 것이라고 비판받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180석 다수 여당의 파워 속에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언급이 단순한 검토 차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무슨 일을 할지 짐작할 수는 있다. 직권을 발동하거나 신고를 받아 부당거래 여부를 감시·적발하고 법·규정을 위반하면 벌금 부과나 형사고발 등을 하는 일들이 주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사적거래에 대한 정보를 감독기구가 소유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권력기구에 의해 국민의 프라이버시가 통제받게 된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부동산 감독기구가 설치된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며 단지 2011년 설치된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이라는 유사한 기구가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주로 생필품 등 공산품의 가격을 제한하는 형태로 운영될 뿐 부동산 그 자체를 통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가격통제 기구 설치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는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가 폭등했다.

부동산 감독은 설사 그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별도로 기구를 설치할 필요 없이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기존의 정부 부처가 그 업무를 담당하면 된다.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것은 별도 기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의 대상도 금융감독원처럼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될 것이다. 금감원이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것인데 비해 부동산 감독기구는 개인을 감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곧바로 개인의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감독기구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인구감소가 본격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 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오히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길게 본다면 별도 기구 설치는 불필요한 것이다.

이미 도입된 아파트 임대료 상한선이나 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표준임대료 제도, 전월세 전환율 규제 등도 반(反)시장적인 것으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2+2’와 임대료 5% 상한선 적용으로 전세값은 단기적으로 억제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임대료가 억제되면 임대인이 4년이 지난 후 새 임차인에 적용되는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으며, 임대인들이 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길게 볼 때 전세값이 급등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언급하면서 관련 제도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집주인의 권리가 완전히 박탈당하는 그야말로 사회주의 경제가 되고 말 것이다. “임대료 상한제는 가장 확실한 도시파괴 수단”이라는 표현처럼 불이익을 당하는 집주인이 주택의 수리나 보수 등에 소홀히 임하면 도시는 슬럼화되고 국민 전체의 삶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전월세 전환과 관련해 월세를 대출금리 이하 수준으로 받도록 하는 것도 철저한 시장통제이며, 같은 아파트 단지내에서도 위치나 층수에 따라 주택 가치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획일적으로 월세전환율을 정할 수 있을지 기술적인 문제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대출 금리 이하 수준으로 월세를 규제하면 결국 집주인이 전세값을 올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 고려하지 않고 일단 밀어붙이자는 식으로 갈 경우 자유시장경제 원리는 철저히 파괴될 것이며, 후유증을 감당하기도 힘들 것이다. 경제는 실험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되는 시장에 정부가 ‘통제와 명령’만으로 인위적인 규제를 가하려고 한다면 시장의 왜곡이 심화 되고 국민 대다수가 불이익을 당하고 만다는 것이 경제이론의 기본이다. 이 점을 시장경제질서에서 자꾸 일탈하려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이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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