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온기운 칼럼] 매스컴에서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 뉴스가 전해지고 있고, 특히 대구·경북을 넘어선 전국 각지에서 경로 불명의 감염자 수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발생 근원지인 중국은 물론 일본 동남아 중동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그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구 대비로 따질 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심각하다.

당초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에 비해 감염자 수가 적어 그 영향이 경미할 것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머지 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게 단적인 증거다. 그러나 대구 신천지 교화를 중심으로 감염자수가 갑자기 폭증하면서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가 되고 말았다.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重症)에 이를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연일 사망자 수가 늘고 특효약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들이 불요불급한 용무를 기피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가 모이는 행사는 연기·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불황을 지속해오고 있던 터에 코로나 사태로 소비, 생산, 유통 등이 마비 상태에 빠지고 있으니 설상가상이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공급도 여의치 않다.

기업활동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과 흐름이 세계적으로 연결된 공급사슬(supply-chain)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동과 유통이 마비돼 사람의 혈류가 멈춘 것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높아 이번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중국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해 생산라인 일부가 멈춰섰다.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은 현지 부품 조달 차질로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생산차질은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2월 1~20일 하루 평균 수출이 9.3% 줄었다. 관광업, 항공업, 면세점, 숙박업 등의 상황이 악화일로임은 물론이다. 지난해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겨우 2%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정부가 아무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 하더라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용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데는 의사협회는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가 줄곧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을 했지만 이를 묵살한 당정청(黨政靑)의 책임이 크다.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중국의 아픔이 우리 아픔”이라며 중국을 두둔하다가 이번에는 중국 공항에서 우리 국민이 입국을 거절당하는 적반하장의 무례함까지 겪고 있다. 한국인은 이미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입국금지나 격리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중국에 마스크를 2월 1~20일 동안 1억 1,845만달러어치를 수출해 두달 동안 수출을 200배 늘리면서 국내에서는 국민들이 터무니없는 값에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힘들어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방치한 정부를 우리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체질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된다. 중국몽(夢)이라는 환상을 조속히 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장기 안정성장과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중국 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성장률이 장기하락 추세를 지속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7일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빚더미 위에서 성장한 중국경제를 붕괴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달 예상보다 0.4%포인트 낮은 5.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과거 1970년대에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40% 이상이었으나, 현재 10%대 초반까지 낮춰 시장을 다변화했듯이 30%에 달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출과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중국의 생산 차질로 부품 공급망에 타격을 입자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요법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일단 사태가 진정되면 기업행태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임은 분명하다.

기업들은 향후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생산지로서 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도 유망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감염성 질병이 또 생길 수 있다. 동시에 공산당 일당독재 제도는 이번 초동대응 실패처럼 큰 문제를 남겼다. 시장제도도 경직돼 있다.

정책당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국내로 생산시설을 회귀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자면 임금 및 노사관계 안정, 법인세 인하, 규제혁파, 친기업정서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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