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온기운 칼럼]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법안 11건이 처리됐다. ‘7·10 주택시장안정 보완대책’에 따라 주택을 취득·보유·양도·증여하는 전 과정에서 세 부담을 강화한 것이 주 내용이다. 주택 임대차 거래신고를 의무화하고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줬던 조세감면 혜택을 줄이며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을 국가가 가져가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야당을 비롯한 집주인과 임대사업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숫적 우세로 밀어붙여 성사된 부동산 세법 개정은 여러 면에서 심대한 부작용과 후유증이 염려되고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과 더불어 법안 상당수가 과잉금지와 소급금지 등 헌법 원칙에 어긋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20여차례 발표됐는데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갈수록 강화된 대책이 나오고 급기야 부동산 시장에 ‘세금폭탄’이 투하되기에 이르렀다.

여당은 정부가 그간 준비해온 대책에 대해 “너무 약하다”며 더 강력한 대책을 주문해 종부세는 물론 취득세, 양도세 등 각 단계의 모든 세금이 대폭 인상되게 됐다. 2주택 이상 다주택에 대해 1~4%였던 취득세율을 8~12%로, 0.6~3.2%였던 종부세율을 1.2~6.0%로 인상했다. 양도세 최고 세율도 72%까지 올렸다. 주택을 가족·친척에게 증여할 경우 취득세율도 3.5%에서 최대 12.0%로 올렸다. 집 가진 자의 소득이 증가한 것도 아닌데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금을 이처럼 대폭 올리니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는 원성이 나올만하다. 헌법 제37조 2항에 규정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된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사실상 완전히 없애고 주택임대사업제도 자체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문 정부는 2017년 임기 초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며 세제 혜택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제와 혜택을 소급해 폐지하겠다니 일관성이 생명인 정부 정책의 신뢰성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헌법 제13조 2항의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부동산 세법 개정은 정부의 조세수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다 주겠지만, 집주인들이나 세입자, 주택을 취득하려는 자 등 대다수 주체들의 부담과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부동산 세금 증가분은 형식적으로는 집주인이 부담하지만 이의 일부는 실질적으로 세입자들이나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집주인들이 집값이나 전세값을 올리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1990년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전세금이 급등한 바 있다. 전세 대란 조짐은 이미 서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취득세와 보유세, 거래세를 모두 높임으로써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일종의 ‘압박작전’이다. 종부세 인상은 다주택자들에게 세금부담을 줘 매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이지만 양도세까지 대폭 올리니 집을 팔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새를 낮춰 숨통을 틔워 줘야 하지만 이마저 허용하고 있지 않다.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 시점을 내년 6월 1일로 해 ‘퇴로’를 열어두기는 했지만 과거 세금이 중과됐을 때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던 점을 고려하면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다.

이번 대책들의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것은 인구감소나 경제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줄기 시작했고 총 인구도 수년내에 감소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에 초과공급 현상이 나타나 집값이 붕괴되고 결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쳐질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도 부동산 경기 침체 요인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여러번 부동산 침체기가 나타나 ‘거래절벽’이 나타난 바 있고, 이 때문에 규제를 여러번 푼 적이 있다.

가격 안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혁명적이 방법으로 달성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설익은 대책들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되면 대책들간에 정합성이 깨지고, 그에 따라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대책은 어디까지나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납세자의 지불 능력을 아랑곳 하지 않는 세금 폭탄은 중요한 조세원칙인 ‘응능의 원칙’에 어긋나며 조세저항을 폭발시키기 십상이라는 점을 위정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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