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 ‘소득주도 성장’ 실패 드러낸 소득 감소
[온기운 칼럼] ‘소득주도 성장’ 실패 드러낸 소득 감소
  • 온기운
  • 승인 2020.03.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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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온기운 칼럼]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국민의 소득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의 3만3433달러보다 4.1% 줄었다. 2017년 3만달러의 벽을 넘은 지 불과 2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1인당 GNI가 이처럼 감소한 것은 저조한 경제성장률에다 교역조건 악화, 국외순수취요소소득 감소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화값 하락도 한 요인이다.

GNI는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다 그 나라가 외국과 거래하는 수출입 상품간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력의 변동분(거래손익)을 가감하고, 여기에 그 나라 국민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포함시킨 지표다.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작년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GDP증가율)은 2%로 전년 2.7%보다 크게 낮아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이다. 2% 성장률 중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기여한 부분이 1.5%포인트였고, 민간이 기여한 부분은 0.5%포인트에 그쳤다. 민간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성장률을 겨우 2%에서 턱걸이하도록 만든 것이다.

2018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순위가 세계 191개국중 113위를 기록했는데 작년에 성장률이 이보다 더 떨어졌으니 대한민국의 성장률은 이제 세계 중위권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처지가 됐다. 우리보다 GDP 규모가 12배 이상 큰 미국이 2018년과 작년에 각각 2.9%와 2.3%로 우리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것을 보면 우리의 저성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명목경제성장률이 작년에 1.1%로 1998년(-0.9%)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명목경제성장률은 실질경제성장률에다 물가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것이 저조해졌다는 것은 경제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작년에 -0.9%로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본이 1990년대 들어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핵심 이유가 바로 자산 가격 거품붕괴와 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GDP디플레이터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데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내수부진 장기화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리도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늪에 빠질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명목경제성장률은 국가예산 편성 시 세수의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4일 명목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아 올해 2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메우기 위한 세입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세수결손은 결국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채무 증가로 귀결된다.

교역조건 악화도 문제다. 수출품 한 단위를 팔아서 수입할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작년에 크게 악화돼 GNI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작년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0.9(2015년 100 기준)로 1995년 214.1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작년 실질 무역손실액은 40조 3650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무역채산성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국민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임금, 이자, 매당 등)을 나타내는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작년에 다행히 16조 2570억원을 기록해 GNI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실험을 3년동안 강행했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반대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했다. 문 정부는 당초 소득주도 성장 추진 논리로서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루어 내겠다는 것을 내세웠다. 성장의 과실이 자본가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시정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임으로써 서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고, 소득양극화를 완화하며, 이로써 성장률도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기업경영 악화, 고용감소, 소득감소, 양극화 확대, 한국의 국제경쟁력 하락 등이다.

1인당 GNI가 3만달러에서 4만달러에 도달하기까지 미국은 8년, 일본은 3년이 걸렸다. 한국은 과연 몇년이나 걸릴지, 중진국의 함정에서 얼마 동안이나 허우적거릴지 알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달성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기세는 쇠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나둬선 곤란하다. 적어도 국민소득이 5만달러 이상은 돼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끼어야 하지 않을까. 10대(G10), 아니 5대(G5) 강국에도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면 잘못된 경제정책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키우며 자본, 노동 등 우리의 생산요소가 해외에서 소득을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일신해야 한다. 분배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성장을 통해 국부를 늘린 바탕위에서 추구돼야 한다. 쪼그라드는 경제에서는 국민의 자신감이 상실되고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며 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아질 뿐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기운 kuoh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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