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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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원화급등이라는 또 하나의 복병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단기간에 급등함으로써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 채산성 악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올해 5월말 1239.4원에서 최근에는 1080원대까지 떨어졌다. 불과 6개월여만에 원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14% 이상 절상된 것이다. 원화가치는 2018년 5월 이후 2년반 만에 최고치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면 한국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원화의 구매력이 높아져 내국인의 해외 여행 부담이 줄고 유학·연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수입물가가 낮아지고 외채원리금 상환부담도 줄어든다. 달러화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 한국의 경제규모 랭킹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유리한 측면보다는 불리한 측면이 더 우려된다. 바로 수출가격 경쟁력 하락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이전과 동일한 달러화 표시 수출단가 하에서 수출업자가 손에 쥐는 원화 환산 수출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즉 수출채산성이 나빠진다. 기업은 수출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달러화 표시 수출단가를 인상해야 하는데, 수출단가를 인상할 경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수출단가를 함부로 올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최근 상황과 반대로 원화가치가 올해 5월까지 하락세를 나타냈을 때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달러화 표시 수출단가 인하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수출물량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이제는 원화가치가 절상세로 돌아서 더 이상의 수출단가 인하가 어렵게 됐음은 물론,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단가 인상도 여의치 않게 됐다.

수출단가 인상은 제한적

환율이 변동하면 수출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외화표시 수출단가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어느 나라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면 당해국의 수출기업은 외화표시 수출단가를 인상하고 반대로 통화가치가 절하되면 수출단가를 인하한다. 그런데 통화가치 절상의 경우 수출기업이 이에 대응해 외화표시 수출단가를 환율절상분만큼 100% 인상하지 않는 한 자국통화 베이스 수출금액이 감소한다. 반대로 통화가치 절하의 경우 수출기업이 외화표시 수출단가를 환율절하분만큼 100% 인하하지 않는 한 자국통화 베이스 수출금액이 증가하게 된다. 즉,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 동일금액의 외화표시 수출이라 할지라도 자국통화로 따져서는 수출수입(收入)에 변동이 생기며, 이는 수출기업의 채산성 변동으로 이어진다. 환율변동에 따른 채산성 변동의 정도는 수출기업이 환율변동분을 어느 정도 외화표시 수출단가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환율변동분을 수출단가에 어느 정도 반영하느냐에 따라 자국통화 베이스 수출수입, 즉 채산성의 변동정도가 달라진다.

기업이 환율변동분의 어느 정도를 수출가격에 반영하느냐를 수출가격전가율(pass-through rate)이라고 한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의 경쟁력이다. 수출기업이 한국 기업이라고 할 때 원화가 절상되는 경우 제품의 품질경쟁력이 높다면 수출단가를 비교적 높게 인상해도 외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다지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만일 수출제품의 품질경쟁력이 낮은 경우에는 수출단가를 인상했다간 수출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으므로 단가인상이 여의치 못하다.

후발개도국 추격에 품질로 맞서야

단가 인상이 어려워진 것은 바로 후발 개도국의 추격이 심하고. 세계 각 시장에서 경쟁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단가를 조금만 인상해도 외국의 수요자들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단가 인상에 나설 수 없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심각해지고 교역규모가 크게 축소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시장을 상실할 수 있는 수출단가 인상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근과 같이 원화가치가 절상추세를 지속하는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출물량에 타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출단가를 비교적 많이 인상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품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가급적 낮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수출품의 경쟁력(특히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여 단가인상을 단행해도 외국의 수입수요가 그다지 줄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공급 측면에서 수출품 공급의 가격탄력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화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시 수출품을 보다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부품이나 원자재의 적기공급체제를 갖추거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노동력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 등이다.

코로나 사태로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경우 향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암담하기만 하다. 정부가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 기업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유비무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원화가지 약세 속에서 느슨해진 마음을 죄고 긴장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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