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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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고통지수 10년래 최고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고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이 겪는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 Okun)은 1975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것을 제안했는데, 우리나라의 이 지수가 1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실업률은 4.0%로 경제고통지수가 6.6을 기록했다. 이는 5월 기준으로 2011년 5월(7.1) 이후 가장 높으며, 2019년 5월 4.7, 2020년 5월 4.2와 비교해서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6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각각 2.6%, 3.8%로서 지수가 6.4로 다소 떨어졌으나 6월 기준으로는 역시 2011년 6월(7.5) 이후 최고치다.

물가가 오르면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 구매력이 약해지고 그만큼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또 실업률이 높아지면 소득창출의 기회마저 사라져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다. 국민들이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터에, 국민고통지수마저 급등해 국민의 삶이 전례 없이 팍팍한 상황이다.

물가를 보자. 농축수산물, 공산품, 집세, 외식비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의식주 관련 물가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특히 계란(57.0%), 사과(60.7%), 배(52.9%) 등의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 돼지고기(9.9%), 국산 쇠고기(7.7%), 닭고기(7.5%) 등 고기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팜유와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라면 가격도 평균 6.8%~11.9% 올랐다. 집세는 전년 동월대비 1.4% 상승했다. 2017년 10월(1.4%) 이후 최고 상승폭이다. 전세는 전년 동월 대비 2% 올라 2018년 2월(2.1%)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고, 월세도 0.8% 올랐다. 외식비도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서비스 가격도 올랐는데, 특히 유류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교통비가 1년 전보다 7.6% 뛰었다. 국민 고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활물가를 포함한 체감물가다. 구입 빈도가 높고, 생활과 직결된 품목의 물가가 이처럼 치솟으니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구직단념자 6월 기준 역대 최고치

고용 상황은 어떤가. 지난 6월 공식 실업률은 3.8%였지만 체감실업률(통계청 발표 확장실업률)은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13.1%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8.9%였지만 체감실업률은 23.5%였다. 공식 실업률은 지난 1월 5.4%의 정점에서 상당폭 낮아지고 취업자도 다소 늘고 있지만 고용의 질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일할 능력은 있고 최근 1년래 구직경험이 있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최근 4주 동안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수가 지난 6월에 58만 3,444명으로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도 224만 4,000명으로 여전히 200만명을 넘고, 취업준비자는 85만 7,000명으로 1년전 보다 9.5% 늘었다.

취업자가 일부 업종에서 늘고 있지만 불안정한 일자리 위주다. 보건·복지업의 경우 올해 3~6월 월 평균 취업자가 21만 1,000명 늘었는데, 이중 70.5%(14만 9,000명)가 임시·일용직이었다. 또 이 기간 건설업 취업자 증가 수 12만 6,000 중 41.7%(5만 3,000명)도 임시·일용직이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 증가 수 9만명 중 32.3%(2만 9,000명)는 임시·일용직, 35.3%(3만 2,000명)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다. 혼자 또는 무급가족종사자와 사업을 운영해 생계형 창업자로 분류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 2019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증가했다.

정책 당국, 시급히 대책 마련해야

아서 오쿤이 제안한 국민고통지수에 국민소득증가율과 이자율을 추가한 '배로고통지수'(BMI; Barrow Misery Index)라는 것도 있다. 1999년 미국 하버드대 배로(R. Barrow)교수가 오쿤의 고통지수를 보완해 만든 것이다. 고통을 포착하는 지표를 보다 넓게 본 것인데, 이를 토대로 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의 영향으로 3분기 이후 국민소득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부채가 많은 서민이나 영세자영업자의 고통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최근 물가가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모두 반영돼 오르고 있는 만큼 공급·수요 양측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농수축산물의 유통구조를 점검하고 중간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은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공산품 가격 인상의 경우 원가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담합의 소지는 없는지, 외식비는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지 않은지 등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 집세 급등을 막기 위해 ‘임대차2법’부터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 주택시장이 시장원리와 사적 계약에 따라 움직이도록 해야 ‘4년후 전세 폭등’이 사라질 수 있다. 규제가 남발될수록 주택시장은 더욱 꼬여갈 것이며, 대응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을 실업의 고통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밖에 달리 길이 없다. 국민 혈세를 들여 임시방편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재정을 축낼 뿐 근본대책이 못 된다. 최선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시장이 해결 못하는 문제는 없다"고 했다.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는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불힙리한 정책이나 제도를 과감히 손질하는 등 여건 조성에 힘쓰면 된다. 주52시간 근무제의 경직적인 운용이 근로자의 소득감소는 물론 일자리 축소의 부작용을 낳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이의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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