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나라 살림의 근간인 국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85조 5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 9081억원(2.7%) 감소했다. 2019년 국세도 전년보다 1161억원 줄었다. 정부 총세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국세수입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세수감소폭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조 1400억원 감소보다 많아 역대 최대다.
사상 최대 국세 수입 감소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55조 5132억원)가 전년(72조 1743억원)보다 16조 6611억원이나 줄었다. 법인세는 지난해 3월 징수 때 전년도 기업실적 부진 영향이 컸고, 8월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활동 부진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당기 법인세 비용은 7조 7007억원이었으며, SK하이닉스는 1조 885억원으로 이 두 반도체 기업이 총 법인세의 15.8%를 차지했다. 부가가치세(64조 8829억원)는 전년(70조 8283억원)보다 5조 9454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 감소는 수출입 및 명목민간소비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13조 9379조원)는 2020년 11월 세정지원에 따른 세수이연(1조 3000억원) 등으로 6248억원 줄었다. 관세(7조 585억원)는 수입액 감소와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8236억원 줄었다.
부동산·증권 관련 세금이 나라 곳간 메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관세 등의 세수감소는 부분적으로 부동산 및 증권 관련 세금에 의해 메워졌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23조 6558억원으로 전년대비 7조 5547억원(46.9%) 더 걷혔다. 주택매매건수가 58.9%, 증권거래대금이 149.5% 늘어난 덕분이다. 종합부종산세는 3조 6006억원으로 전년보다 9293억원(34.8%) 늘었는데,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85%에서 90%로 인상되고 부동산 공시가격이 5.98% 상승한 영향이다. 증권거래세는 증권거래대금이 급증한 결과 전년보다 95.8% 늘어난 8조 7587억원이 걷혔다.
결국 지난해에는 자산 시장 거품 논란을 일으킨 ‘영끌’과 ‘빚투’가 나라 곳간을 채워준 셈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자산 시장이 조정국면을 맞고, 투자열기가 식는다면 부동산 및 증권 관련 세금이 국세 감소를 메워주기는 커녕 오히려 국세감소를 더 부추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산가격 불안정성에 따른 세수 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깊어만 가는 재정적자 늪, 구조조정 절실
국가가 재정수입을 위해 부과·징수하는 국세가 줄어들면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한 재정 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 총지출은 453조 8000억원으로 전년(396조원)보다 57조 8000억원(14.6%)이나 늘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가 주 요인이다. 들어오는 돈은 변변치 않은데 나가는 돈은 많으니 나라곳간은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
정부의 순(純)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재작년 54조 4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11월에는 98조 3000억원으로 적자규모가 늘었으며, 지난해 연간 적자는 11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다보니 현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늘리고 있는게 재정수지 적자 확대의 주 원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수(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2022년 기간중 정부 재정지출에 의한 성장 기여도가 OECD회원국중 가장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정지출 의존형 경제는 결국 재정을 파탄지경에 빠뜨릴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나라살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게 되고 이것도 여의치 않게 되면 중앙은행의 통화증발에 의존하게 된다.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남미 국가들이 밟은 전철이다. 우리나라의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재작년 34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60조 2000억원으로 늘고 올해는 93조 5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발행 잔액은 1997년 28조 6000억원에서 지난해 707조 9000억원으로 25배가 됐다.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잔액 비율은 1997년 5.8%에서 지난해 36.8%로 급등했다.
적자국채 발행 증가는 국고채 이자비용의 증대를 초래하고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현재도 국고채 상환이자가 연간 18조 9000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상환이자만 감안해도 국가채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성장세 둔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장기적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을 감안해 세출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으로 돈쓰는데만 여념이 없어선 곤란하다. 국가채무, 재정수지, 지출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고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해 새로운 의무지출을 도입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대책 또는 다른 의무지출 축소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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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