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은 국민모두가 같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므로 광화문이나 마을 앞 군중이 모이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 호소하고 땅을 치고 이게 나라인가 울고 싶은 게 지금 우리의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 울지도 못하고 광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상심하는 국민이 몇십 배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군중대회를 열고 있는 주최측에서는 여기에 참여한 사람 숫자만 가지고 대통령 하야를, 탄핵을 주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어른인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일이 없는가 돌아보고 현실을 통찰하고 있다. 이런 다수가 지금 보수와 진보가 행동하는 것을 직시하고 있음을 자각  해야 한다.
이런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 왔는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런 농단 사태에 방조하고 자기책임은 다 하였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이런 자기 반성없이 군중시위대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이 적잖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현실을 비판하고 잘못한 사람을 뭇매질하기 전에 스스로를 반성하는게 우리들의 자세이다. 이런 계기를 통하여 우리 모두 거듭나는 세상이 되기를 꿈 꾸어본다.
 
내 나이가 고희를 넘긴지도 오래다. 살아온 날들이 모두가 공부이고 교훈이고 실패의 연속이다. 망설이다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 특검이나 농단 주범들이 정죄 후 차후에 군중, 성난 이들이 가게 되는 곳은 광화문이 아니다.
이게 국회든 어디로든 향하게 되어있다. 사방에서 정치권에서 제대로 국정을 살피지 못하고 견제하지 못한 책임 또한 강 건너 어디에도 있다고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불만이 어디 광화문으로 만 촛불을 들이 미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늘 풍파가 존재한다. 자칫하면 이 파도가 나한테, 우리한테 몰려올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 다음, 이 현상 다음에 화살과 촛불이 어디로 옮겨 붙을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뒷간만 썩은 게 아니다. 냄새나는 곳으로 소리 없는 촛불이, 성난 파도가 몰려 갈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누가 먼저 나를 내려놓고 기도하고 성찰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추스리는 자세를 주시하고 있다.

여든 야든 위기 때 남을 매도하기 전에 냉혹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특검 청문회를 흥미보다는 지신들의 그림자가 아닌지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오늘 이 시간에 월남 전선에서 전사한 전우의 일기 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린 다 서로를 견제하지 못하면 그게 직무유기이다. 그것도 양심적 범죄이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