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우리 마을에 낭창낭창한 허리를 지닌 신부가 외동아들 집으로 시집을 왔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자고나면 이들 신혼부부의 거친 음성이 담을 넘어왔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별것 아닌 것으로 연일 싸움질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귀하게 자란 외아들은 자기만 옳다고 우기고 금이야, 옥이야 둥둥대던 며느리는 자기 의견이 무시당한다는 것이었다. 듣다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나는 망설임 끝에 그들 부부를 불러 일장훈시보다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그 다름이 곧 조화라고 강변했다.

타이를 때에는 건숭건숭 듣는 것 같더니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그만 부부싸움은 기적처럼 종적을 감추었다.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고 그들은 여법하게 협동 속에 아들을 낳았다.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던 어젯일이 민망하다는 듯 걱실걱실하게 논밭 농사도 잘 지었다.

세상일도 다 그렇다. 진보와 보수도 이 땅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만이 지닌 다름이 조화를 이루는 게 바야흐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일컫는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다름을 인정하게 되면 그것도 쓸모가 있는 조화를 이룬다.

그동안 싸움질로 날을 새던 부부가 타고난 다름과 본연의 성품으로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사람의 머리가 생각하기 따라서 새롭게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이. 친구야! 내 말이 들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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