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어느 특정 TV프로에 산속에 사는 사람들을 개그맨이나 연예인을 등장시켜 하루 정도를 지내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산다는 호기심과 산속의 자연식이 무슨 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다 산에서 자라는 도라지, 더덕 등 희귀 산나물과 산천어를 마구 잡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모두의 바램이고 소망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주목하는 방송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산야에서 나는 풀과 나뭇잎은 독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보약이다.

그리고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 또한 몸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느 특정한 것을 지칭하거나 지목하게 되면 이를 지나치게 채집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특히 몸보신에 좋다는 경우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야채, 과일, 콩, 팥, 수수, 조 이런 것을 섞어 먹으면 최상의 건강식이 된다. 그러나 이런 음식물도 편중하여 과대 섭취하는 경우에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사람은 육류나 채소를 섞어 먹게끔 되어 있다.

어느 한쪽으로 편식하는 경우에는 병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는 내 개인의 소견이라기보다는 건강식을 권장하는 권위있는 연구팀이 학계에 보고한 내용이다.

필자는 얼마 전에 산언덕에 도나지를 옮겨다 심었다. 산도라지가 사포닌 성분이 인삼과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과장되게 보도되어 씨알도 없이 누군가 캐어갔다. 병이 깊은 사람이 그것을 먹고 효능을 느껴 건강을 되찾는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량으로 약탈하는 경우 이도 엄연한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이런 고백으로 인하여 남모르게 산속에 도라지나 더덕, 고비, 고사리를 재배한 사람들이 도난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새봄에 도라지나 더덕의 씨앗을 땅속에 묻고 그것이 싹을 틔우게 되면 빈 산속에 옮겨 심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동산을 이루게 된다. 너도나도 과다 재배하면 값이 폭락할까 염려되나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길도 된다.

도라지는 꽃도 청초하고 뿌리는 인삼에 버금간다. 고마운 식물이다. 그러나 논밭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씀바귀나 고들빼기도 약 중에 보약이다. 시골에 사는 노인들이 장수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산중의 생약을 우린 샘물을 먹고 마시는데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무병장수는 인간이 지닌 소중한 희망이다. 이 소중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육류나 채소류, 견과류 등도 골고루 섭취하는 일이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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