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교훈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이든, 신에게 바치는 것은 최고의 질 좋은 것으로 현물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고 필자는 이를 평생 지켜왔다.

이런 생활 문화에 젖어서 살아온 우리 형제들은 언제나 지질한 과일이나 쭈그렁 곡식을 먹으면서 살아왔다. 그래도 형제나 친척들에게 아직 깊은 병이 들어 고생하는 분이 없다는 것은 행운이다.

요즘 농촌 논밭에 둑에는 제초제를 살포하여 누렇게 풀들이 고사되고 있는 살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농촌 인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금 농촌의 논밭 둑에 살포하는 제초제는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들이 살포했던 제초제 성분의 고엽제이다.

이 제초제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이유는 논밭 둑에 콩이나 팥을 심기위한 전초 작업의 일환이다. 아마도 열이면 일곱 여덟이 사태를 자행하고 있다. 제초제 성분이 짙게 베인 땅에 콩이나 팥을 농민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땅에서 수확한 콩이나 팥은 시장 상인에게 내다 판다. 이런 토질 속에서 자란 콩팥에 환경 호르몬이 묻어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러한 먹거리 현장은 나 스스로 글을 쓰기에 앞서 참담한 마음이 든다.

농촌 농부들이 고령화되었다. 이런 현실의 탓도 있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땅에 고엽제나 다를 바 없는 제초제를 뿌리지 못하게 통제하고 고발하는 시민단체는 들은 바, 본 바가 없다. 이런 상황을 도시인들은 모르고 있다.

지금 모내기를 끝낸 일부 논밭에는 누렇게 메말라 가는 들녘에 서려 있는 슬픔을 도시인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 우리 농촌의 콩팥처럼 중요한 농산물에도 경작자 실명이력제를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귀향 10년의 농촌 거주자이다. 이제 먹거리와 농민들의 삶의 문화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보건 환경이나 먹거리 환경에 예민한 도시인들의 관심을 차제에 불러일으켜야 한다.

제초제 뿌린 땅에서 수확한 콩이나 팥은 절대 농민이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농촌, 지금 우리는 농번기에 논밭으로 나가보면 거의가 농약 살포가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세상이다.

해충이 들끓는데 곡식이 자랄 수 없으니 농약을 쓴다는 궁색한 변명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옛날 농민들은 농약이 묻은 식물이나 찌꺼기 농산물을 경작자들이 소비하는 세상이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위생의식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환경 호르몬이 들끓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농촌의 이러한 환경 상태를 정부 어느 부서에서 맡아 책임지고 있는지 우리는 자세히 모른다.

농수산부이거나 환경부 같은 곳에서 관심과 올바른 계도가 없는 한 도시인들은 고엽제 성분의 콩팥을 먹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인해 인명을 단축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아니, 그로 인하여 병이 든다면 이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어머니의 옛날 말씀 한 구절이 떠오른다.
“먹거리는 목심보다 중헌기여…….”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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