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는 귀향자가 아니라 17년차 귀촌 농민이다. 그러나 하는 일에 따라 직업도 아니, 명칭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암튼 반거충이 농민이랄 수 있다. 글을 쓰니 작가이다.
그리고 신문에 논설을 쓰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생긴다. 그러니 자칭 타칭 논설위원이다. 거기에다 박물관 운영자이니 박물관장이다. 그러니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에 이쪽저쪽에서 하게 되고 한편으로 객관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은근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농민으로서 이번 가뭄은 70평생 처음이다. 물이 부족하니 농민의 가슴이 타들어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애써 가꾼 논밭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농심이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할 식량이 될 농작물이 혹심한 가뭄에 말라 비틀어져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혀를 차다 자살 충동까지 일으킬 정도다. 저수지마다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는 꼴이 마치 그간 니네들 물 한번 아끼지 아니 했으니 한번 벌을 받아보란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환란을 보면서 나는 저수지 관리하는 분들에게 몇 마디 건의를 하고자한다.

이런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시멘트 바닥같이 단단한데 하상 바닥을 준설하면 좋을듯하다 생각을 했다. 물이 없으니 하상을 깊이 파내면 자갈 모래가 생산된다. 이런 자재는 건축물에 요긴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준설을 하게 되면 요즘 같은 장마에 물을 가득 저수할 수 있으니 물 부족 시에 이를 이용할 수 있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국가 예산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이런 사례를 두고 우리는 일석이조라 한다.

그런데도 무려 석 달 가뭄에 저수지안을 준설하는 것을 본 적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이나 지자체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불만을 정부 당국에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민심이나 농심을 선거 때나 예민하게 파악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옛날 선현들이 말하기를 치산치수가 잘된 시대가 태평세대라 말하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제 기후온난화로 가뭄장마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다고 기상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다. 실제로 그 예언이 불행하게도 적중하고 있다.

나는 오늘 만수된 예당저수지와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뭄대비, 장마대비 민심을 저울질하고 있는 오늘이 두렵다. 이제 봉수산에 허옇게 장대비가 퍼붓는데 제발 좀 그쳤으면 싶다. 그래야만 풍년이 들 텐데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이 퍼붓는 장맛비가 농심을 적신다. 지금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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