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일제는 36년이란 세월동안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다. 억압, 착취, 언어말살, 인권유린 등 문자 그대로 식민지로써 못된 짓을 밥 먹듯이 해왔다. 최근 상영된 「군함도」라는 영화는 그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민에 대한 사죄를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 파렴치하고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만 한다. 과거를 말끔히 씻고 새로운 신뢰관계로 나아갈 때 미래의 발전도 있다. 이는 세계사에 기록된 양심이다.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주장하는데 살상무기로는 문화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것이 양심이고 진리이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만이 문화민족의 지위를 확보할 수가 있다.
과거 선조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사죄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엉뚱한 사건을 유발시켜 한·일간의 갈등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것이 불씨가 되어 미래 세대에게도 크나큰 짐을 지워주는 과오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는 무서운 것이다. 역사는 말없는 칭찬도 있고 가시채찍의 아픔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역사를 「귀감」이라 한다. 일본은 식민지 36년간 한국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만행을 솔직하게 사죄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요즘 한국 베트남 간에 국가 간 물적, 인적 교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고무적이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런 양국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베트남에 대하여 과거 행했던 온갖 잘못된 사죄를 마땅히 했는지 나는 확실히 보고 들은바가 없다.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치졸하게 처신하지 말고 국가적으로 깊이 사죄해야만 한다. 베트남 전쟁터에 우리의 장병들도 숱하게 전사를 했지만 대국다운, 선진국답게 솔직한 사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이 아니지만 행위에 있어서는 전투 중에 양민을 향해 총구를 들이댄 오판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죄에 얼마간 보상이 따르는지는 모르지만 다소 부담을 가지고라도 해결하는 수순이 있었으면 한다.
필자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이다. 그때의 참혹한 전쟁의 상태와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소설로 써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베스트셀러로 나를 일약 대학교수로서의 진출하게 했다.

이런 속죄와 전쟁의 이산가족사가 일본에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악어새」가 출판되었다. 내 개인이 갖고 있는 사죄가 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는 개인으로서의 고백이었고 양심선언이었다.
요즘 대한민국 중요 거점지역에 「소녀상」이 건립되고 있다. 이 소녀상은 실상 일본이 스스로 자초한 바나 다름이 없다. 진정한 사죄와 보상은 나라를 나라답게 한다. 우리도 비록 작은 실수와 거친 전쟁 속에 담긴 앙금을 털어내야 선한 이웃이 될 수가 있다.

우리 작가 시인들은 진즉 개인적 입장에서 사죄한 바 있다.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박영한의 「머나 먼 쏭바강」안정효의 「하얀전쟁」 필자의 「악어새」가 이것이다. 고백은 해방이다. 그리고 자유이다. 나라와 나라사이에도 고백과 사죄는 미래를 새롭게 한다고 세계사는 말한다.
일본을 기억하게 하는 36년간의 고통이 「소녀상」으로 부메랑이 되어오고 있음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사죄. 그것은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는 튼튼한 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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