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는 시골에 귀촌자로서 여섯 마리의 닭을 정원 한구석에 작은 닭장을 마련, 기르고 있다. 처음에 암탉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에 가두지 않고 방사하여 자연산으로 달걀을 주워 먹을 요량으로 키워왔다. 그런데 이 토종닭이 알을 낳더니 알을 품었다.
주인의 이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 21일이 지나서 병아리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그것도 감격을 했다. 그런데 웬걸 이중 두 마리를 산짐승이 물어갔다. 흔적도 없이……. 고민 끝에 병아리가 일주일 먼저 부화한 곳을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나의 전후 사정을 들은 주인이 지인이므로 병아리 두 마리를 주었다. 얻어 온 병아리 두 마리를 닭장 안에 합방시켰더니 어미 닭이 자기 새끼로 인정하지 않고 쪼아대면서 계모로서의 가혹행위를 계속 하는 것이다.
그러니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늘 어미닭에게 쪼이는 신세가 되곤 하였다. 내가 좀 지혜롭게 밤중에 둥지에 밀어 넣었더라면 혹시 자기 새끼로 인식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었을 텐데 그만 성급하게 한 행동이었다.
이 다섯 마리 가운데 얻어다가 기른 병아리는 어미 교육 없이 이른바 호로자식이 되어 수탉이나 어미를 따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밖에 내놓고 기르면 닭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성화였다. 닭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밤에 산짐승인 너구리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 그러나 어미 닭 밑에서 자란 병아리는 어미나 수탉을 따르니 주인으로서 몰기에 좋았다.

나는 이 병아리가 어미 교육으로 경계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이나 짐승도 모두 세상에 적응하려면 교육을 받아야한다. 교육 없이는 험한 세상에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 교육은 지금 누가하는가? 학교 교육 중에 옛날처럼 도덕 윤리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헌장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은 없다. 필자는 교육계에서 40여 년간 학생을 가르치고 훈육하였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팽창되더니 대학에서 윤리 철학 문학 등 인문교육 커리큘럼이 사라지고 지금은 바로 전공으로 들어가니 사람으로 가르쳐야할 도리 의무 윤리 교육이 없는 경우가 거의 99프로이다. 우린 이런 시대에 산다.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VIP이고 누가 소중한 이웃인지 가르치는 이가 없다.

필자가 어릴 때 동네 친구들이랑 명심보감이나 동몽선습 아니면 천자문의 사자성어를 배우기도 했다. 오늘에 그런 특별활동이 거의 없다. 가정도 학교에도 없다. 슬픈 일이다. 그러니 툭하면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최근에 이런 세태를 보완하려 인문학 보충을 위한 정부당국의 정책이 있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대계라 한다.
우리 집 병아리는 집단 활동을 할 줄 모른다. 수탉의 인솔도 모른다. 그런 교육이 없었으니 이는 닭이 아니고 살아 돌아다니는 짐승인데 이놈이 병아리를 부화하면 새끼 교육을 어떻게 할까 의문이다.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인간의 교육은 평생 계속되어야한다. 그래서 가정도 사회도 염치를 알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알아야 이 사회가 올바로 가는 것이다. 교육이 기술만 가르치니 여기저기에서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는 소수의 의견도 들어볼만하다. 교육 없는 닭장에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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