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분권정치라는 말은 한겨울 밤의 「곶감」처럼 달콤하고 고상한 언어다. 한때 <문화재위원>이란 직책을 국가나 지자체에 위촉되면 호사롭고 고귀하게 예우했다.

분권이란 정책에 의해 시군구까지 문화재위원 제도를 두어 지방에 편의를 제공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문화재는 모두가 일률적 잣대로 시대나 환경, 의외성을 평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다.

가령 종교적 사건이나 무속의 경우 도자기나 기와를 전공한 위원이 나서는 일은 절대로 안 된다. 특히 지방에서 위촉하는 경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인적 교류가 부족하다보니 문화재 위원이란 마치 <구색마춤>이란 불만도 크다.

그러니 자질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문화재위원 위촉의 경우 과거처럼 편의주의 방식으로 위촉하지 말고 위원이 지닌 경력, 학력, 전공햇수, 인격, 교양, 학식에 이르기까지 검증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본다.

공무원들의 편의주의에 의해 대학교수나 그에 버금가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비록 학문적 수련이 부족하더라도 실제 현장의 경험도 참고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박물관, 기념관 등의 등록 요건에 전시실 크기에 일괄적 제한을 두는 제도도 이번 기회에 고민 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액세서리는 작은 사이즈이다. 펜이나 볼펜 같은 경우도 작은 공간에 수천 수백을 전시할 수가 있는데도 크기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문화강국에서는 전시·박물관 관람 경험이 없는 문화재 위원이나 담당 공무원들도 없고 국민 세금으로 마구 크게 짓는 박물관을 염두에 두는 탁상 행정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재 발굴을 맡아 진행하는 부처나 사업자들한테는 국민들의 불평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발굴팀에 포함된 인사들이 나름의 식견과 계획을 가지고 발굴을 진행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속한 처리를 요하는 시민들의 바램이다.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사안이 발생하여 기일이 지체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도 일반 공사장에서 문화재 위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안타까움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문화재 발굴이나 정리정돈은 그 나름대로의 고유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맡아 관리하는 부서는 기층에 깔려 있는 여론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를 다루는 부서에는 소위 학예사나 학예연구관이 있다. 이들에게 해외 연수를 일정기간 보내어 문화 선진국의 국민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예산과 관련된 문제이겠지만 학예직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임금이 너무 적다. 이런 제도에서 문화재를 다루는 임무를 맡기는 일도 코미디이다. 다른 나라는 예외로 하더라도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처우는 정말 극진하고 정중하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머리띠 두르고 노조를 앞세워 도로를 막고 소리치는 <떼법>을 외칠 때에만 복지를 채워준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기 이전에 제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문화재를 다루는 일은 문화재위원만 하는 게 아니다. 이를 기획하고 보존, 보수 연구하는 학예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에서 문화의 탈을 쓰고 정책 입맛에 맞는 곳에 예산을 털어 넣었던 일을 이 정부에서는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학예직은 다른 나라의 일용직급 같은 처우를 받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무슨 창의적으로 혹은 열정을 갖고 직무에 충실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이젠 사라져야할 적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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