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최근에 학교 폭력 문제가 심심찮게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전담 연구자나 상담 치유 전문가들의 고담준론도 제기된다. 모두가 걱정이고 사회 이슈가 될 만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다.

과학이 발달하고 삶이 현대화되면서 세상에 근심과 걱정이 없는 것처럼 착각하는 게 우리 인간의 관성이다. 그러나 과학으로, 철학으로, 그리고 돈으로도 안 되는 것도 있다. 그것이 인간이란 ‘그릇’이다.

그릇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흙과 유약과 불과 정성이 제대로 작동하여야만 품질이 뛰어난 명품이 탄생된다. 인간 교육도 바로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데리케이트한 면이 있다. 사회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모두가 현대화, 기계화, 과학화의 그늘에서 파생되는 어두운 그림자이다.

대가족 속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 이는 어찌 보면 비능률,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사랑’이란 근원적 힘이 존재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애와 삼촌, 사촌들의 관용과 채찍이 사람이란 그릇을 형성시킨다.

이런 토양에서 자라난 사람한테는 ‘폭력’이 싹이 틀수가 없다. 그러니 단속과 계도 이전에 사회적으로 붕괴된 공동체를 복원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아무리 좋은 시설, 편리한 삶의 기구들이 지천으로 깔렸어도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이 없으면 그 사회는 메마른 대지, 지엄한 사막이 된다.

그러니 부부 맞벌이의 협력도 좋은 일이지만 자녀교육에는 있어서 시간과 사랑이 따르지 못하게 되면 아동들의 성격이 비뚤어지거나 포악한 상태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청소년 시절에 부모의 사랑이 모자라게 되면 자신의 불만이 타인에게 전가되어 폭력으로 진전된다고 한다.

필자가 최근 강아지 두 마리를 얻어왔다. 이 강아지가 친절한 나의 접근도 거부하곤 했다. 어미 밑에서 젖을 떼자마자 바로 얻어 온 것인데 주인인 나를 경계하면서 낑낑거렸다. 아니 낑낑거린다기보다는 요놈들이 주인에게 저항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먹이를 주거나 얼러줘도 꽁무니를 뺐다.

그래도 요놈들을 안아다가 쓰다듬고 긁어주었다. 연 사흘간이나 같은 행위를 반복하자 그만 경계를 풀었다. 그리곤 나의 뒤를 쫄랑쫄랑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닌다. 나는 여기에서 이놈들한테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동물한테도 사랑을 보내면 그대로 화답해 온다는 것을…….

우리 인간들한테는 돈도, 명예도 친구도 직장도 소중하다. 그런 것들이 온전히 유지 발전하는데 크나큰 에너지가 ‘사랑’이란 것이다. 장마철 물 폭탄 속에 외국 여행을 떠난 지자체 의원, 제헌절날 룸살롱 파티에 갔던 국회의원, 국정농단으로 철장에 가는 고위 공무원들의 근원적 부정은 <국민사랑결핍증>이다.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한다고 온 세상을 떠들썩거린다. 그런데 결과는 그들의 국민을 사랑하는 행위가 체감으로 다가오고 있는가를 그들 편에 서서 한 번 물어보기를 원한다. 사랑이란 전광석화 같은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옆으로 순식간에 전이된다.

국민은 무식한 것이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하고 위대하다. 다만 뽑힌 대표자가 무식해서 뒷말을 듣고 깨닫는 지혜가 부족할 뿐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자체 의원들의 ‘사랑의 종’ 소리를 듣고 싶고 보고 싶다. 아~ 목마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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