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동생을 낳으면 의례히 이밥(쌀밥)에 미역국을 끓였다. 가난한 농촌 ,더구나 6.25전쟁 직후라서 쌀이 귀해 보릿고개 다가올 무렵에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꿈에나 있을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셋째 동생을 낳자 할머니는 하얀 쌀밥을 하셨다. 장리쌀을 얻었거나, 오지항아리에 손자가 태어날 것을 미리 예비하여 숨겨놓은 귀물이었던 것인지 몰랐다. 아무튼 미역국도 쌀밥 따라 안방 삼신할미 것까지 세 그릇을 횃대 밑에 가지런히 제물로 바쳐졌다.
나는 귀신이 흠향한 미역국과 쌀밥을 먹으면서 어머니가 해마다 동생을 낳았으면 하는 바램을 기원했던 우스운 과거가 있다. 양은 도시락에 쌔까만 보리쌀로 채워진 밥이라도 우리 세대에는 그것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쌀밥으로 대체된 것이 나의 경우 60년대 초반이라고 기억된다. 나는 쌀밥이 먹고 싶어 서울 용두동 쌀집에 배달원으로 취직을 했었다. 점심은 쌀집 식구들과 쌀밥을 먹었다. 그것도 조선왕조 5백년 전통의 김포 강화쌀로 입안에서 설설 녹았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하는 진상미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바닷바람, 즉 해풍을 맞아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서울 부자들은 강화, 김포쌀을 선호했다. 쌀알도 굵고 윤기가 많아 밥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주장이었다.

그 다음으로 여주, 이천 쌀이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르려는 정금미로 자웅을 겨루었다. 그런데 5.16 군사혁명으로 국토를 넓히려고 간척지에 제방 둑을 쌓았다. 여기저기에서 바람을 씐 벼들이 다수확으로 평준화가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의 주식 마당에 밀가루 음식인 빵과 과자가 곁을 파고들지만 그래도 좌상은 쌀이다.  우리나라의 쌀은 현재 세계적인 쌀로 변신을 했다. 일종의 과학화와 더불어 기능성 영양까지 다른 나라의 제품을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쌀은 아미노산 함량이 다른 나라 쌀에 비해 25% 가량 높다고 한다. 그러므로 유아 급식으로는 성장 촉진제 버금가는 영양쌀이다. 찰기까지 더해 찾는 나라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맛과 영향을 함께 갖춘 기능성 쌀이 개발에 성공하여 시판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쌀을 맑은 물로 씻어 봉투에 담아서 일반쌀과는 달리 물에 불리거나 씻지 않고 밥을 지을수 있다고 한다.

복분자 쌀은 안토시아닌과 무기질, 비타민이 함유되었다. 울금쌀은 커큐민, 아세티알데헤드 성분이 풍부하단다. 스피루리나 고단백식품, 필수아미노산으로 균형 있는 쌀로서 승부를 걸었다고 한다.

이제 단순히 식사대용이 아닌 맛과 건강, 그리고 풍미까지 곁들인 기능성 쌀이 한국인의 밥상을 점령할 날이 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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