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사람은 언젠가 부모의 곁을 떠나 홀로 세상이란 섬에 나가야한다. 그것을 우리는 ‘운명’이라는 말로 대용한다. 이 운명에 따라서 행복 · 가족 · 평화 · 명예 · 출세라는 섬에 상륙하기 위한 도전을 감행한다.

지금에야 유행처럼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연육교가 생겨났다. 그러나 인생이란 먼 섬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만 된다. 배를 타고 섬에 도달하기 까지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리켜 ‘브릿지’다리라고 하기도 한다.

다리에는 철다리, 섶다리, 농다리 등 수십 종류의 다리가 있다. 인간이 후손이나 후학들에게 무슨 다리라도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크나큰 축복을 안겨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대학 입학 전, 까까머리 농촌 청년으로 당시 「사상계」 발행인이셨던 장준하 선생에게 월간지를 읽어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그런데 그 편지를 받은 선생께서 독학하는 나에게 격려 답장을 정중하게 써서 보내주었다.

그런 인연으로 그 분과 만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시골 출신 대학생인 나를 동생이며 업무부장인 장창하씨를 시켜 정기구독 봉투도 쓰고 발송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게 하셨다. 나는 그 분이 김구 주석의 비서였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냥 그분의 사상계 머리글이 시원스럽게 세태를 대변하여 질책하고 비판하는 글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 그분의 정치적 철학과 흐트러지지 않는 늠름한 자세에 감동했다. 후에 막사이상도 타셨지만 군에 입대할 때는 군대 생활을 잘 하라는 덕담도 건네주셨다.

이렇게 젊은이에게 격려하고 편지 쓰는 선배가 요즘은 적다. 아니 없다는 말이 맞다. 누구에겐가 섬에 닿는 연육교가 되어 주면 더욱 좋겠지만 섶다리라도 되어 주면 우리 사회가 확실히 좋아질 것 같기도 하다.

장준하 선생. 그분은 편지 몇 통으로 내 인생의 철다리가 되셨던 분이다. 사상계 헌책을 보면 지금도 그분의 향기가 난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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