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대장간 앞에 서면 필자는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지금이야 거의 기계를 이용하여 쇠를 자르고 불에 구워 자동화된 기계로 낫, 삽, 그리고 보습(따비나 쟁기, 극젱이 등의 술바닥에 맞추는 삽(鍤) 모양의 연장) 등을 만든다.
그러나 6.25 직후 소시장 한구석에 허름한 대장간의 풍경은 신기했다. 힘센 장인이 쇠를 불에 달구어 자신의 마음대로 두들겨 농기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왠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것 같았다. 그 힘든 메(무엇을 치거나 박을 때 쓰는 방망이)를 들어 불에 벌겋게 익은 쇠를 내리칠 때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인류 최초의 장인(匠人)은 성경에 의하면 노아가 방주를 건설할 때 셈의 자손들에게 건축 기술을 가르쳐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건축 시술로 셈은 수메르와 앗수르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게 된다.
또한 셈의 후손인 아르박삿의 아들 가이난은 이 기술로 바벨탑 건축을 도와주게 되었다. 이 기술은 도라라는 인물을 통하여 아브라함에게까지 전해졌다. 인류의 조상 아브람은 소에 쓰는 도구를 제작하게 되고 마침내 밭을 가는 쟁기를 제작하였다고 창세기 25장은 전하고 있다.

밭을 가는 쟁기에는 보습을 필요로 하는데 이 쇠, 즉 금속을 전수받은 민족이 겐 족속이다. 모세의 장인이 겐 사람이다. 이런 역사의 최초의 금속기술은 베들레헴과 에브라다를 중심으로 활동하여 인류에게 기술을 펼친 사람이 레감 사람으로 밝혀진다.
그런데 아브람의 아우, 그 후손들이 신당(神堂)이 불탈 때 그 쇠를 꺼내 농기구를 제작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대장간의 기술이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의 건축물들은 나무와 쇠와 돌과 흙을 섞어 만들어지는데 그 조화를 이룬 모습은 예술의 극치라 말 할 수 있다.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건축은 대장간과 목공소 그리고 석물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한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건축물은 바로 협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건축물은 바로 그 증표가 아닐까 한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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