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전 관훈클럽 총무, 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미증유의 난국이다. 탄핵도 문제지만 탄핵이후가 더 문제다. 탄핵은 헌법재판소라도 있지만 탄핵이후의 사태에는 그런 사태를 처리할 장치가 없다. 오직 필요한 것은 자제와 인내다. 그러나 한국인의 냄비기질이 과연 이런 지혜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그간의 민주주의 경험과 훈련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혼란사태는 선량한 국민 누구도 원치 않는 사태다. 이건 확실하다. 이런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박근혜와 최순실이다. 그런 부패와 비리가 없었다면 국민들이 그렇게 흥분했을 리가 없다.
혹자는 언론을 들먹이지만 어떤 언론도 진실이 아닌 것을 계속 주장할 수는 없다. 혹자는 국회를 지탄하지만 그들도 금배지를 계속 유지하려면 엉터리 주장만 고집할 수 없다. 그들이 반드시 잘했다고, 옳다고 단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가 그렇다는 말이다.

당장의 문제는 원인이 아니라 광장의 혼란이다. 이런 현장은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 군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은 신이 날지 모르지만 그 소음을 듣는 국민은 괴롭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광화문과 서울시청 광장, 서울거리가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난장판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이들이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는 근거는 민주주의가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때문인데 이것은 원래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건전한 활동과 비판 나아가 인류의 행복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민주주의라는 더 큰 가치와 이상을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관용하는 것뿐이다.

선의의 민심으로 시작된 광장이 지금처럼 변질된 것은 좌우 양쪽의 극단세력 때문이다. 처음의 광장은 비교적 순수했다. 보통사람들은 국가최고 권력의 부패를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참을 수 없어 몰려나갔지만 광장의 성격은 차츰 변질되기 시작했다. 극단세력은 떡본 김에 제사 지내듯 그들의 주장을 끼워 팔기 시작했다.
이석기 석방이 나오고 사드반대가 나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까지 끼워 넣었다. 심지어 ‘사회주의가 답이다’는 북한주장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물론 어느 쪽의 자작극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보수 쪽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도발이었다.

이에 맞서 보수도 태극기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촛불광장의 극단세력을 종북이라고 불렀다. 종북이란 용어에 대해 일치된 해석은 없다. 아직 사전에도 없다. 그러나 많은 보수인사들은 이런 극단적인 진보좌파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태극기 시위의 물결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촛불광장의 변질과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사드찬성, 종북규탄 때문에 현장에 갔지만 막상 현장은 친박이라는 정치적 세력이 점령해버렸다. 탄핵반대의 확성기 목소리가 현장을 압도했고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까지 나갔다.
이 와중에 언론, 헌재, 특검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카톡을 비롯한 SNS에는 ‘믿거나 말거나 정보’가 판을 쳤다. 탄핵반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그런 정보를 받아들였고 열심히 전파하면서 친구들을 끌어들였다. 진짜신문같은 가짜신문을 수십만 부씩 인쇄해서 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 촛불과 태극기는 모두 본질을 벗어나 있다. 특정세력의 이익과 고집이 판을 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원치 않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들의 대립이 법과 제도에 의해 처리되는 것이 정도이고 수습의 길이다. 절대다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탄핵의 승패가 그렇게 중요한가.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헌재라는 최고 최후의 헌법기관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모자라는 시민이다. 광장의 대립은 급기야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장분위기까지 파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는가. 애초의 촛불도 태극기도 아니다. 촛불과 태극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촛불과 태극기에 참여했던 일반 국민이 아니라 극단세력들 때문이다. 그들이 국민의 선의를 가로챈 것이다. 탄핵찬반 여론이 반반이라고 하지만 그 표현방법이 문제다.
그 표현방법에 따라 한국 국민과 민주주의의 수준이 세계만방에 공개되고 평가될 것이다. 지금 세계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평가는 우리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우리의 국가이익 나아가 미래에도 오래오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월환(丘月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전 연합통신 정치부장, 영국특파원, 논설위원, 상무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주필
전 관훈클럽 총무
전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이사
전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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