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전 관훈클럽 총무/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의 영역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안보영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문제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우리 국민 누구나가 느끼는 명백한 현실이다.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는 전쟁 이 일어날 우려가 제일 큰 지역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위험한 국면에서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막강한 동맹국인 미국이 있다는 사실이다. 걸핏하면 친미 사대주의니 자존심 운운 하지만 이걸 부인한다면 위선이다. 예를 들어, 당장 주한미군이 다 철수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될까.
아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밤잠을 못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1950년 미국은 극동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했고 곧 이어 6.25가 터졌다. 6.25전쟁 때문에 다시 한국에 주둔하게 된 미군은 1971년 닉슨독트린에 따라 2개 사단 가운데 1개 사단이 철수했다.
우리의 애절한 호소도 결사적 항의도 통하지 않았다. 1978년 카터대통령 때는 나머지 미군을 전부 빼가려다 그들 내부의 반대로 어렵게 포기했다. 미국의 한국방위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이라는 얘기다.

사실과 사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드가 미군을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를 지키는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바로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과의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2차적인 문제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핵을 거론하려면 아예 대화도 않겠다고 한다. 대화도 쓸모가 있겠지만 그 한계는 뻔한 것이 현재의 정세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아무 대안도 없이 사드를 막아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더구나 사드반대를 이유로 서울의 미국대사관을 포위한 시위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가. 사드 반대로 그들이 얻고자 하는 이익은 무엇인가. 이런 얼토당토않은 짓들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되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이것은 북한 핵무기 앞에서 완전 무방비상태로 버티자는 얘기나 마찬가지고 김정은의 자비를 기대하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이 손을 떼는 날이 온다면, 북한은 당장 핵무기를 내세워 손들라고 협박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손들고 나갈 셈인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등장했던 운동권 논리는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들이 한때나마 미련을 가졌던 김일성도 갔고 그의 아들과 손자가 한반도의 반쪽을 세계의 골칫거리로, 가장 부끄러운 나라로 만들었을 뿐이다.
금수강산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고 대단한 성공인가. 착각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모든 나라들이 행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전쟁놀이에 빠졌는지 무기개발에만 몰두하는 그쪽 독재자의 모습만 봐도 딱하고 답답하다. 언제 철이 드나.

최근 서울에는 북한의 체육계 인사들이 나타났다. 워낙 오랜만의 일이라 이목을 끄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꽉 막혀버린 남북한 간에 바늘구멍만큼이라도 숨 쉴 공간이 생긴 것 같다. 소통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상은 금물이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나 경평축구 부활 같은 얘기나 나오지만 필요한 만큼의 기대만 걸어야 한다. 우리는 무턱대고 감상에 젖는 기질이 있다. 일찍이 45년 전인 1972년 7.4남북공동선언 때 우리 국민은 통일이 다 된 것처럼 흥분했다.
그 후에도 서울과 평양에서 그들과 수없이 손을 맞잡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며 감격했다. 그러나 우리가 감상에 젖어 있는 시간에 그들은 밤낮으로 땅굴을 팠고 남한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겪어보고도 모른다면 바보다. 쥐새끼도 한번 빠져본 웅덩이는 비켜갈 줄 안다는데.

구월환(丘月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전 연합통신 정치부장, 영국특파원, 논설위원, 상무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주필
전 관훈클럽 총무
전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이사
전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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