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전 관훈클럽 총무/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의 얼굴을 볼 때마다 뭔가 마음이 편치 않고 긴장하게 된다. 며칠전 강경화 외무장관과 만나는 모습도 그렇다. 굳은 얼굴로 강장관의 손을 끌어당겼다. 강장관을 쏘아보는 눈길도 상식 밖이다. 국가대표끼리 만나는 자리에서는 격식과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일단은 선린우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기를 죽이려는 식의 인상을 주는 것은 상식과 예의에 어긋난다. 그는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날 때도 오른 손으로 악수를 하면서 왼손으로는 상대편의 등을 두드리거나 팔을 잡는 식의 제스처를 쓰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좋은 매너가 아니다. 기선제압을 위한 의도된 행동으로 보여진다.

그는 지난 6일 필리핀에서 강경화 장관과 회담할 때도 테이블에 한국이 사드배치로 찬물을 끼얹었다느니 잘못된 행동이라느니 비외교적 언사를 맘대로 써가며 한국을 질타했다. 그동안 그들의 꼼수와 북한 감싸기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날 왕이가 보인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그가 마음속으로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이런 방자한 태도가 나올 수 없다. 북핵이 있기에 사드가 있게 된 것이다. 원인행위를 놔두고 결과만 갖고 따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사드는 공격무기도 아니고 중국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별것도 아닌 걸 갖고 소동을 벌임으로써 한국을 길들이려는 것이다.

북한이 7차례의 유엔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은 중국의 북한 비호 때문이다. 중국은 유엔제재 때마다 제재강도를 낮추는 데 골몰해왔고 그들이 약화시킨 제재안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유엔제재가 발효 중인데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졌다. 중국이 유엔제재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동안 중국은 의도적으로 한국을 얕보는 행태를 보여 왔다.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나간 후 중국정부가 일체 코멘트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일이 아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최고 지도자가 정상회담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비뚤어진 역사관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을 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저의를 미국에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망발이다. 즉 지금은 한국이 당신들(미국)과 손을 잡고 있지만 과거에는 우리 밑에 있었으니 그리 알고 너무 깊이 끼어들지 말라, 그러다가는 다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중국의 안하무인격 처신은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목격되었다. 2004년 5월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우리 여·야 의원들에게 “당장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기억해두겠다”고 위협한 일이 있었다.
또 그해 9월에는 중국의 탈북자강제송환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실에 중국대사관원이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면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는데 그렇게 행동하면 곤란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치 큰 형님이 동생 다루는 식이다.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중국대사관의 이같은 언행은 분명 외교적으로도 무례이며 내정간섭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사드문제 책임자인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우리 외교부를 제끼고 방한하여 삼성 롯데 등 대기업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 땐 단교에 버금가는 조처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등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과거에도 우리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소국(한국)이 대국(중국)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런 사람을 고위직에 등용한 중국 정부가 더 문제다. 중국이 고구려, 발해사 등을 무지막지하게 중국사로 탈취해가고 있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책략이 무엇인지 경계해야 할 때다. 한때의 무역수지에 쏠려 주판알만 튀길 때가 아니다. 중국은 우리가 25년 전 수교할 때의 중국이 아니다. 그동안 많이 컸다. 세계 4위의 넓은 국토, 세계 최고의 인구(14억)를 가진 나라다.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팬더곰은 귀여운 애완용 동물이 아니다. 엄연히 맹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월환(丘月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전 연합통신 정치부장, 영국특파원, 논설위원, 상무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주필
전 관훈클럽 총무
전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이사
전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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