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춘추전국시대, 시공간 제약 없고 구독과 해지 자유로워
구독료 자동으로 나눠주는 매칭 서비스도 등장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최근까지 스트릿우먼파이터를 퇴근하자마자 달려가 보곤 했는데, 티빙에서 실시간 방송을 스트리밍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생방송마저도 플랫폼을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안방극장을 밀어내고 OTT플랫폼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OTT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을 뜻하는 Over the top의 약자이다. 여기서의 ‘top는’ 셋톱박스로 초기에는 셋톱박스 기반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PC와 스마트 폰을 통해 제공되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고지현(25) 씨는 넷플릭스와 티빙, 이 달 출시한 디즈니플러스까지 총 세 개의 OTT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고 씨는 “OTT 플랫폼의 가장 큰 매력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TV를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춰 기다리고, 방송 시간을 놓치면 재방송 시간까지 기다려야했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보고 싶은 영상의 클립영상을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아예 콘텐츠 전체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용자는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스트리밍 할 수 있고, 저장해서 즐길 수 있다.

개발자 양서준(27) 씨는 넷플릭스만을 구독한다. 양 씨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탄탄한데 카테고리도 잘 구분되어있고, 추천콘텐츠도 좋다. 영화관 티켓 값과 비교할 때, 한 달 동안 제약 없이 모든 콘텐츠를 보는데도 넷플릭스가 만 오천 원 정도인데, 영화관은 두 시간 동안 영화 한 편 보면 만 오천 원”이라며 만족한다고 전했다.

팬데믹 속에서도 OTT는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며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19로 OTT 접속률, 가입자 수는 늘 수밖에 없었다. 고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외부 활동 기회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집에만 있다 보니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와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20대는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을 가입하고 구독 중이던 콘텐츠를 해지하는 식으로 구독을 이어나갔다. 고 씨는 비슷한 성격의 OTT가 생긴다면 기존의 서비스를 해지하고 가입한다. 고 씨는 “넷플릭스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등 오리지널 콘텐츠, 티빙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영화를 보는 등 각 OTT마다 시청하는 콘텐츠가 달라 선호하는 방식으로 구독을 하고 있다. 플랫폼 가입은 최대 3개까지로 혼자만의 규칙을 세웠다. 구독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따로 또 같이

OTT플랫폼 구독료는 베이직 7,900원 ~ 9,900원, 프리미엄은 12,900원부터 14,500원까지 다양하다. 한 달에 두 개의 플랫폼을 구독한다고 해도 이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된다. 가격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동시재생가능 기기수를 활용해 함께 보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프리미엄 구독료는 14,500원으로 동시재생가능 기기 수는 최대 4대이다. 파티장이 대표로 플랫폼을 구독하고, 결제일에 맞춰 파티원 세 명이 이체예약을 통해 한 달에 3,615원 씩 이체하며 이용하는 식이다. 프로필 또한 따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겹치지 않고 관람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동시가능재생수를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구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따르지 않는 경우 오픈채팅방에서 파티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 역시 커피 한 잔 값에 그친다. (사진 제공 = 김선화)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 역시 커피 한 잔 값에 그친다. (사진 제공 = 김선화)

동시재생 이용자 매칭을 위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피클플러스’는 동시재생기능을 활용한 공동 구매 서비스 플랫폼이다. 김선화(28) 씨는 ‘피클플러스’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일본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 왓챠에 가입했다가, 킹덤과 스위트홈 등 자체제작 콘텐츠가 보고 싶을 때에는 넷플릭스를,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이 보고 싶을 때에는 웨이브를 구독한다. 보고 싶은 OTT 구독을 누르면 하루 사이에 파티원을 매칭해주고 아이디를 부여받아 한 달 간 이용가능하며, 이후 해지도 가능하다. 매칭어플을 통해 구독하면 매칭 수수료가 붙는다. 수수료 또한 1000원 이하의 금액으로 부담도 덜하다. 파티원을 찾는 번거로움 김 씨는 “파티원을 구하는 번거로움에 비하면 적은 수수료이고, 보고 싶은 콘텐츠가 생기면 구독해서보고 해지하고 다른 OTT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경쟁인가 분산인가

넷플릭스, 왓챠 등 기존 OTT 플랫폼은 물론이고, 티빙과 웨이브, 쿠팡 플레이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OTT경쟁이 심화되었다. 각 플랫폼만의 성격을 담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거나 일정 기간 무료체험을 서비스하기도 한다. 자체제작 콘텐츠는 OTT의 매력이 된다. 자체 제작 콘텐츠 때문에 구독을 시작하기도 한다. 양 씨는 “원래도 좀비물을 좋아했는데 조선시대와 좀비물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넷플릭스를 안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플랫폼마다 자체제작 콘텐츠를 만들며 경쟁한다 (사진 =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플랫폼마다 자체제작 콘텐츠를 만들며 경쟁한다 (사진 =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각종 OTT 플랫폼에서 디즈니 콘텐츠를 내렸다. OTT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는 계약이 끝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구독을 한 플랫폼에 원하는 콘텐츠가 없을 때의 섭섭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년 HBO OTT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기존 플랫폼들에서 HBO 콘텐츠가 대거 사라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양 씨는 “OTT 플랫폼끼리 경쟁하면 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상은 콘텐츠의 분산화인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또한 “차라리 구독료가 조금 더 높더라도 지금까지의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모든 OTT 플랫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넷플릭스는 “더 많은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꾸준히 추가하고 새로운 제품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넷플릭스 멤버십 및 요금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고 씨는 “넷플릭스가 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한 시장원리이자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온 OTT들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는 압도적이지만 UX적인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다”고 전했다. 양 씨는 “전에는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해졌다. 사실 콘텐츠와 대비 가격을 생각한다면 만족스럽지만, 넷플릭스가 가격을 올리게 되면 다른 플랫폼도 연달아 가격을 올릴 것 같아 염려되기도 한다”며 가격담합에 대한 염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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