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트렌드로 새로운 인플루엔서의 등장
구체적인 세계관 구축으로 MZ세대 관심 끌어
불쾌한 골짜기 VS 신선하고 새로운 캐릭터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로,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특히 MZ 세대가 갖고 있는 ‘멀티페르소나’특성은 메타버스 세계관 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버추얼 트립을 떠난 가상 인간 ‘로지’의 모습 (사진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버추얼 트립을 떠난 가상 인간 ‘로지’의 모습 (사진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여러 개의 부계정을 쓰며 ‘부캐’는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실에서 못사는 명품을 아바타에게 입히고, 게임 속에서 친구를 만나며 부캐 놀이에 집중할수록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메타버스 트렌드로 AI와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외형으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달 1일 한 보험사 TV광고가 전파를 탔다. 버스정거장, 지하철, 식물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20대 여성이 춤을 춘 광고가 큰 주목을 받았다. 춤추는 20대 여성이 진짜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이기 때문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에서 제작한 가상인간, ‘로지’다.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특징을 활용해 여행을 그리워하는 팔로워들을 위해 댓글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답변 받은 타히티 보라보라섬, 이탈리아 로마, 타이 치앙마이 등 세계 곳곳으로 자유롭게 떠나며 대리만족을 이끌었다. 또한 환경을 사랑하는 22세라는 설정값에 충실하다. 망원시장에서 ‘용기내’ 챌린지를 시도하고, 병뚜껑을 모아 키링을 만든 일상 등을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기술로 완성한 버추얼 휴먼 ‘루이’ (사진=유튜브 루이커버리 캡처)
딥페이크 기술로 완성한 버추얼 휴먼 ‘루이’ (사진=유튜브 루이커버리 캡처)

실제 사람의 얼굴을 기반으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버추얼 휴먼 ‘루이’도 있다. 실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제작되어 몸은 진짜이지만 얼굴은 가짜인 ‘루이 리’는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는 가상 인간이다. 유튜브에 인기곡 커버영상을 많이 올리며, 브이로그 콘텐츠도 실제처럼 제작해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캐릭터에 가까운 외모로 캐릭터처럼 등장한 버추얼 아티스트 ‘아뽀키’도 있다. 아뽀키는 모션 캡처로 모델링한 가상의 캐릭터에 실제 성우가 목소리를 덧입혀 촬영하고 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상 콘텐츠와 다른 점은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한다. ‘아뽀키’외에도 다양한 가상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 라이엇게임즈가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선보인 케이팝그룹 케이디에이(K/DA), 지난 해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æspa)역시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멤버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함께 활동한다.

가상인간에게 DM 보내봤다

두 차례 보낸 메시지는 읽히지도 못한 채 남았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두 차례 보낸 메시지는 읽히지도 못한 채 남았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지’에게 DM을 보내봤다. 시간차를 두고 두 차례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쉽게도 ‘로지’에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진수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이사는 본지에 “처음에는 게시글에 달린 댓글뿐만 아니라 DM에도 응답을 했었지만, 요즘은 로지의 많은 인기로 일일이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애정을 갖고 로지의 삶을 만들어가는 ‘로지팀’이 로지 그 자체”라며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의 생각 

신선하고 새로운 캐릭터라는 입장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쾌한 골짜기라는 반응이 있었다. MZ세대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았다.

“버추얼 휴먼, 신선하고 흥미로워”

김예은(25): 최근 ‘로지’가 가상인간인 점을 활용해서 버추얼 트립을 떠난 걸 봤는데, 이 시국에 가상인간만 할 수 있는 여행이라 부럽기도 하고, 대리만족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루이’는 아무리 봐도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같은데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기술의 발전이 새삼 실감난다.

이나라(24):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설정해서 소통한다는 점이 정말로 SF소설에서 보던 사이버 시대 같다,

조장훈(23): 기술이 발전하는걸 실시간으로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물론 지금은 모니터를 두고 만나지만 메타버스 세계관이 확대되면 나중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가상인간을 만나고 소통하는 게 가까운 미래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불쾌한 골짜기 어쩔 수 없어”

김수아(23): 진짜 같고 묘하다. 스마트 스피커 같은 로봇은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상 ‘인간’이라고 하니 거부감이 든다. 너무 사람 같은데 그래픽이라고 하니 이게 말이 된다고? 하며 세상을 불신하게 된다.

원지혜(25): 요즘 가상인간이 뉴스레터에 자주 등장한다. 광고 모델로서 구설수 터질 위험이 있는 연예인보다 안전하긴 하겠지만, 새로움이 없어져 버리면 가상인간의 존재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신문물처럼 새롭게 등장해서 흥미롭긴 하지만, 나중에는 가상인간 존재에 대한 참신함은 금방 무뎌질 것 같다.

최미리(28): 가상 인간 ‘로지’가 두 번째 22살 생일이라며 레터링 케이크로 축하하는 걸 보았는데, 인스타 스토리에 케이크 사진을 찍어 올린 뒤에 로지를 운영하는 회사 사람들이 나눠먹을 걸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고 가상인간인 게 확 다가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루다’처럼 성적대상화, 성희롱 등 오남용에 주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로지’와 ‘루이’, ‘아뽀키’모두 현실에는 없는 가상 인간이지만, ‘가상 인간’ 뒤에는 그의 삶을 꾸리고 만드는 ‘진짜 사람’이 있다. 실체가 없는 가상 인간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운영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과 개발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앞서 ‘이루다’ 운영이 잠정 중단되며 인공지능의 윤리, 데이터 활용 등 인공지능 설계와 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편익과 행복을 위한 기술이지만 잘못 개발되거나 사용될 때의 인간에게 미치는 위험은 막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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